'랩노쉬' 기능성 식사대용 개발…푸드테크 1세대 두각
개폐형마개 알루미늄 생수 이어 탄산음료·맥주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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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이그니스 대표이사. 사진=이그니스 |
20세기 글로벌경제를 제조와 금융 중심의 ‘골리앗기업’이 이끌었다면, 21세기 경제는 혁신창업기업 스타트업(start-up) ‘다윗기업’이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로 최근 20여년 간 글로벌 경제와 시장의 변화의 주인공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스타트업이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알리바바, 틱톡은 물론 국내의 네이버, 카카오, 넥슨, 쿠팡 등도 시작은 개인창업에서 출발했다. 이들 스타트업들이 역외와 역내 경제에서 새로운 부가가치, 새로운 직종(일자리) 창출을 선도하고 있다.
한낱 목동에서 당당한 장군로 성장한 ‘스타’ 스타트업을 꿈꾸며 벤치마킹하는 국내외 창업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성공의 열매를 맛보기 위한 과정은 매우 험난하다. 스타트업(창업)은 했지만 점프업(성장)하기까지 성공보다 좌절이 더 많은 ‘정글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돌팔매질을 연마하는 ‘다윗 후예’ 스타트업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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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직장·학업 등 바쁜 생활로 1분 1초가 모자란 상황이라면 끼니를 거르거나 영양가 없는 음식으로 요기만 면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푸드테크 1세대로 불리는 ‘이그니스’는 이 같은 개인의 생활 패턴을 고려해 맞춤형 식음료 제품을 개발, 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지난 2015년 식사대용식 ‘랩노쉬(Labnosh)’를 시작으로 닭가슴살 브랜드 ‘한끼통살’, 곤약 가정대용식(HMR) ‘그로서리서울’ 등 기능성 식품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박찬호 이그니스 대표가 기능성 식품 시장 문을 두드린 이유는 높은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박 대표는 학창 시절부터 스트레스가 심할 때마다 끼니를 건너뛰던 탓에 ‘간편하지만 제대로 된 식사’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 졸업 뒤 미국 완전대체식품업체 ‘소이렌트(Soylent)’를 접한 뒤 시장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본격적으로 사업 구상에 돌입했다. 이후 레시피 제작 등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펀딩 플랫폼인 ‘와디즈’를 통해 지원을 받아 내놓은 것이 바로 ‘랩노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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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니스의 RTD(즉석음료) 브랜드 ‘랩노쉬’ 제품. 사진=이그니스 |
랩노쉬는 물에 타서 흔들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마실 수 있는 간편 대용식이다. 음용 시 포만감뿐 아니라 하루 권장 영양소도 섭취할 수 있어 소비자 호응을 얻었다. 특히, 펀딩 당시 목표치인 1000만원을 훨씬 넘어서는 1억3000만원을 모으는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랩노쉬의 성공적인 데뷔에 힘입어 이그니스가 내건 사업전략은 ‘소비자 니즈(수요) 구체화’다. 지속가능한 건강관리를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가 불면서 덩달아 경쟁업체도 늘어난 만큼 적극적인 고객 의견 수용으로 제품군을 다각화해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박 대표는 "이그니스 제품의 차별점은 ‘기능성 제품의 빠른 라인 확장’과 ‘간편성’, ‘시간확보’"라며 "예컨대 ‘랩노쉬’는 성인 필수 영양소를 함유한 파우더형 ‘푸드쉐이크’와 액상 음료형 ‘마시는 식사’,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소비자를 위한 ‘마시는 식사 비건’까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그로서리서울’ 역시 당을 사용하지 않고 현미와 곤약 등을 활용한 밥을 출시한 바 있다. 곤약 특유의 밋밋한 맛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를 위해 다양한 소스도 개발해 맛과 간편함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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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이그니스가 출시한 국내 최초 개폐형 캔 워터 ‘클룹’ 4종. 사진=이그니스 |
기능성 식품 시장에 입지를 다져가던 이그니스는 최근 새로운 시도를 단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5월 국내 처음으로 개폐형 마개와 알루미늄캔을 적용한 ‘클룹’을 출시하며 생수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이그니스가 클룹의 최대 장점으로 강조하는 점은 우수한 재활용도다. 물 제품에 주로 사용하는 페트(PET)병 대신 알루미늄 캔을 사용해 회수와 선별 과정을 간소화하고, 원료손실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독일 ‘엑솔루션’과 독점 계약한 개폐형 캔마개 역시 기존 페트형 마개 대비 2.5배 높은 밀봉력을 자랑한다.
박 대표는 "연내 물 제품을 넘어 탄산음료, 맥주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현재 클룹 제품에 한정해 도입한 개폐형 마개를 향후 국내외 음료 브랜드와 협업해 직접 공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찬호 대표는 정부 차원에서 보다 넓은 범위의 스타트업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이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집중돼 있음을 지적한 박 대표는 "시작 단계에서 벗어나 중기 단계에 접어든 스타트업의 스케일업 지원이 절실하다"며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스타트업이 더욱 도약하도록 펀드매칭, 세컨더리 펀드뿐 아니라 다각도에서 현실적 지원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정책자금의 출자 조건과 운용 방식이 경직돼 있다며 스타트업 생태계에 맞춰 유연한 정책 운영의 필요성을 박 대표는 피력했다.
inaho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