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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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
우리는 ‘석유’ 하면 먼저 중동을 떠올리지만 명실상부한 산유국의 대표는 미국이다. 산업혁명을 이끈 석탄에 이어 석유가 에너지원으로 상용화한 것은 1859년 미국의 펜실베이니아주에서였다. 이후 석유는 2차 산업혁명을 이끌며 후발 공업국인 미국을 선두로 끌어올렸다. 중동 석유 개발이 한창이던 1920년대, 이들 지역을 장악한 열강의 다국적 석유기업 7개 회사(세븐 시스터즈) 중 5개사(엑손, 모빌, 쉐브론, 텍사코, 걸프)가 미국계였다.
20세기의 미국은 자국의 석유를 바탕으로 세계 1위의 에너지 소비대국,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을 구가했다. 부동의 1위 산유국 미국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밀리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였다. 1971년을 고비로 미국의 국내 석유 생산은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자원 민족주의를 내세워 단결한 OPEC는 1, 2차 석유파동을 일으키며 국제정치에 영향력을 발휘했다. 2000년대 미국은 안정적인 석유 확보를 위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마다하지 않았다.
미국이 2010년대 다시 1위 산유국으로 복귀한 것은 온전히 셰일가스 덕분이다. 100달러를 육박하는 유가는 고도의 기술과 생산비가 더 들어가는 비전통석유의 개발을 부추겼고, 마침내 수평시추와 고압파쇄 기술로 무장한 셰일가스의 등장은 미국의 하루 석유생산량을 1300만배럴까지 끌어올렸다.
이란과 러시아 등 산유국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는 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미국의 석유가스업계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유럽으로 LNG 수출이 급증하여 천연가스의 가격 상승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천연가스 3대 수입국의 경제에 주름살을 더하고 있다.
석유를 바탕으로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 하기에 이른 1위 산유국 미국의 재생에너지 현황은 어떠할까.
2020년 기준으로 미국의 에너지 공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8.5%, 발전량에서는 19.7%이다. 같은 해 독일과 영국의 발전량에서의 비중이 43%인데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2.3%에 비하면 9배가 넘는다.
에너지 전환이 핵심적 수단인 기후변화 대응에서 미국이 유럽보다 소극적인 것은 바로 미국이 1위의 산유국이라는 자원 현황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석유가스업계에 우호적인 공화당이 정권을 잡을 때면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정에서 탈퇴하여 국제사회의 약속을 배반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발전량의 5분의 1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수준에 오른 것은 실제 전력산업을 주관하는 주정부 차원의 꾸준한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과 신산업에서 우위를 유지하려는 연방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은 바 크다.
1977년 에너지부를 설치한 카터 행정부는 1978년에 전력사업규제정책법을 제정하여 재생에너지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장려하였고,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풍력발전기의 설치에 보조금을 지급하였는데 이것이 1980년대 풍력발전산업의 태동을 부추겼고 1990년대에는 세계적으로 풍력발전기의 설치가 본격화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태양광 발전의 핵심부품인 태양전지는 미국이 인공위성에 적용하면서 개발하고 발전시킨 기술이다. 1970년대 후반 지상으로 안착한 태양광 발전 분야에서 미국은 기술적 우위를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노력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선두 그룹에 속한 기업들을 성장시켰다. 풍력발전 기업으로는 넥스트이어러에너지(NextEra Energy)와 버크셔해더웨이에너지(Berkshire Hathaway Energy)가 있으며, 태양광발전 기업으로는 퍼스트솔라(First Solar)와 선파워(SunPower), 전기차 분야의 선두인 테슬라의 테슬라 에너지도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번에 바이든 행정부는 다시 한번 담대한 투자에 나섰다. 지난 12일 하원을 통과한 ‘인플레감축법’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기후변화대응에 향후 10년간 3750억 달러(약 489조원)를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 법을 통해 지원되는 대상을 보면 △ 일정 조건을 갖춘 전기차에 구매시 최대 7500달러의 세액 공제 △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10년간 세액 공제 △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가정집 개조 지원 △ 전력회사가 재생에너지로 전환 시 세금 혜택 △ 재생에너지 관련 시설 및 전기자동차 생산 시설 건설에도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1위 산유국 미국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유럽을 따라잡기 위해 다시 신발끈을 조여 매고 있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국인 대한민국 정부에 묻는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