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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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
8월은 기후위기 측면에서 역대급 달이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 등 주요 국가들이 겪고 있는 사상 최악의 가뭄과 폭우 그리고 폭염 등은 이상기후가 얼마나 위협적인지 실감케 하고 있다.
미국은 1000년 만의 최악의 폭우로 중남부 일리노이는 시간당 평균 약 200mm(참고로 지난 8월초 서울을 마비시킨 80년 만의 폭우가 시간당 141mm)의 물폭탄이 12시간 쏟아졌고, 유럽의 3분의 2는 500년 만의 최악의 가뭄에 신음하고 있다. 중국도 청두가 섭씨 43도를 비롯해 전국 200곳 이상에서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이런 이상기후가 막대한 피해를 수반하고 점차 일상화된다는 전망은 차치하더라도, 문제는 이미 코로나 등으로 위험해진 공급망 및 인플레이션을 더 악화시켜 경제에 2차 피해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중국 내륙 동서간 물류의 젖줄로 세계 3대 강인 양쯔강은 물론이고 서유럽 내륙 수상운송의 80%를 담당하는 라인강에도 가뭄으로 물이 부족해 물건을 실은 배가 다니기 어려울 지경이다. 내륙 수상운송에 문제가 생기면 대안이 마땅치 않아 물류비 증가가 불가피하다.
프랑스의 경우 100여개 마을에 식수가 끊길 정도로 물이 부족한 마당에 원자력발전소 냉각에 필요한 막대한 양의 찬 물은 더 구하기 어려워, 물 부족은 에너지 공급난으로 자연스럽게 전이되고 있다. 물이 부족하니 수력발전소의 가동이 어려운 것은 당연하고, 강 수위 저하로 인한 석탄 운송 차질이 화력발전소의 가동에도 지장을 주어, 전력 공급과 가격에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물과 전력의 공급 차질로 인한 제조업 영향도 심각하다. 수력발전 의존도가 높은 쓰촨성에 위치한 도요타 자동차는 공장 가동을 일시 중지했고, 애플 공급사인 폭스콘도 청두 공장을 멈춰 세웠다. 테슬라 공급사인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CATL도 마찬가지다. 일부지역내 일부 업종이라도 조업 중단이 조기에 해소되지 않으면, 타 지역과 타 업종에 필요한 물건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지장이 확대되는 것이다.
이미 8월의 단기 조업중단으로 상하이의 테슬라 공장 가동에도 차질이 생겼고, 충칭의 무기한 단전 조치로 중국내 자동차 산업에 타격이 불가피해진 상황으로, 유사한 기후위기가 지속되면 글로벌로의 영향 확산은 자명하다.
반면 기후대응 측면에서도 8월은 역사적인 달이다. 지난 7일과 12일 미 상하원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투자와 법인세 조정 등의 내용을 담은 ‘Inflation Reduction Act(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을 가결했고, 16일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함으로서 공포됐다. 온실가스 감축 지원 등 기후변화 대응에 3693억 달러를 투입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로, 최소 법인세율 적용 및 자사주매입시 부과금 징수 등 재원마련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주요 내용을 살펴 보면, 태양광, 풍력, 배터리, 지열, 원자력, 바이오가스건설시 300억 달러로 10년간 세제지원하고, 에너지공급회사의 청정에너지 전환에도 추가로 300억 달러를 금융지원한다. 또한 60억 달러로 화학, 철강, 시멘트 등 고배출 업종의 저탄소 전환을 돕고, 105억 달러는 수소, 바이오연료, 친환경항공유 및 대체연료를 세제지원한다.
특히 전기차나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제조공장 건설에도 100억 달러를 세제지원하고, 270억 달러는 지붕태양광 등 청정에너지사업 금융지원을 위한 녹색은행에 할당한다. 탄소포집저장시 이산화탄소 톤당 50~85 달러의 탄소가격이 보조되고, 친환경 자동차(중고차포함)구매나 고효율로 집 개보수시에도 개별 지원된다.
이와같은 미국 역사상 청정에너지 및 기후프로그램 관련 최대 투자 규모의 기후대응 법안은 작년부터 의회내 합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미국 역사상 최악의 기후위기에 에너지 안보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교착 상태였던 법안 가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법안의 이름은 인플레이션을 잡아 11월 중간선거에 대비해야 하는 정치적 절박함이 반영된 것이다.
미국 천연자원보호위원회(NRDC)에 따르면, 이번 법의 시행으로 미국의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2005년, 66억톤)의 약 10%인 5.5억톤~7억톤을 2030년까지 감축해 총 40%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 봤다. 미국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50~52% 감축을 달성하기 위한 절대적인 초석이 마련된 것이다.
115년 만에 최악의 물폭탄이 쏟아져 역대급 기후위기의 8월을 겪은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와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을 이행할 역사적 동력을 시급히 마련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