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자포리자 원전…IAEA 사찰단, 점검 개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8.3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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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도착한 IAEA 사찰단(사진=EPA/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도착해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 점검에 본격 착수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주요 외신들은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중립국 출신이 중심이 된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된 지원단을 이끌고 원전으로 떠났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찰은 일단 오는 31일 시작해 내달 3일까지 나흘간 이어질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IAEA는 원전을 방문해 시설의 물리적 피해를 확인하고 주 안전·보안 체계와 보조 안전·보안 체계가 제대로 기능하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사찰단 또 원전 제어실 인력의 업무 환경을 살펴보고, 핵물질이 평화적인 목적으로만 사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자포리자 원전에서 방사능 수치 증가가 감지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쟁 중에 시설이 얼마만큼 파괴됐는지, 그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구체적 정보가 전해지고 있지 않다.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 침공 직후인 올해 3월부터 러시아군에 장악된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자포리자 원전은 지난 7월부터 집중적으로 공격받기 시작했다.

지난 25일에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추정되는 포격으로 근처에 화재가 발생해 발전소 외부로 연결된 송전선 4개 중 1개가 파손됐다. 비상 발전기가 가동되면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원자로 냉각을 위한 전력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최악의 원전사고 원인이 되는 ‘원자로 노심용융’(멜트다운)이 발생할 수 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쓰나미로 전력이 차단되면서 멜트다운이 발생해 일어났다.

자포리자 원전은 지난 27일에도 또 다시 공격을 받자 우크라이나를 넘어 유럽까지 해악을 끼칠 방사성 물질 누출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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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임명한 자포리자주 행정부 수반인 블라디미르 로고프가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으로 자포리자 원전의 원자로 연료 저장 건물 지붕에 구멍이 뚫렸다며 텔레그램에 올린 사진.(사진=블라디미르 로고프 텔레그램)

이런 와중에 러시아 정부는 29일 자포리자 원전을 겨냥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가 임명한 자포리자주 행정부 수반인 블라디미르 로고프는 이날 텔레그램에 "우크라이나군이 쏜 포탄이 자포리자 원전에서 원자로 연료를 저장하는 건물 지붕 위에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로고프는 포탄이 떨어진 자리에 구멍이 뚫렸다며 지붕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건물 지붕이 포탄을 맞은 것처럼 구멍이 뻥 뚫려 있고, 찢긴 벽면과 검게 그을린 흔적이 선명하다.

로이터도 로고프의 발언을 전했지만, 이 주장이 사실인지 검증하기 어렵다고 단서를 달았다.

반면 자포리자 원전을 관리하는 우크라이나 국영기업 에네르고아톰은 "러시아의 폭격으로 원전 직원 4명이 다쳤다"며 "점령군이 원전을 군사기지로 사용하면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점을 IAEA에 숨기려고 직원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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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포리자 워전의 지난 24일 화재 모습. 비상전원을 가동해 사고를 막았지만 이런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멜트다운’이 발생할 수 있다 (사진=로이터/연합)

한편, IAEA의 이번 방문은 사찰 대상이 전장에 있는 거대한 원전단지인 만큼 이례적이라는 평가된다. IAEA는 주로 각국의 농축 우라늄 사용을 사찰하는 데 주력해왔다.

전문가들은 원전이 전쟁 중에 적국에 점령된 사상 초유의 사태에서 수많은 안전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본다.

WSJ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사찰단이 이번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는 데 수주가 필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전직 IAEA 관리인 모건 D. 리비는 WSJ 인터뷰에서 "다른 사찰과는 비교가 안 된다"며 이번 방문이 1986년 체르노빌 원전폭발 뒤 이뤄진 사찰 이후 가장 심각한 상황에서 이뤄진 사찰이라고 말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과장하지 않고 이번 임무는 IAEA 역사상 가장 힘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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