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ISDS소송 판정...10년만에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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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11월 3일 외환은행 노조원들이 본점에서 이사회 회의 소집을 반대해 대주주인 론스타 투명경영을 촉구하는 농성을 벌이는 모습.연합뉴스 |
법무부는 31일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론스타 사건 중재 판정부가 우리 정부에 론스타가 청구한 손해배상금 4.6%인 2억 1650만달러(약 2800억원·환율 1,300원 기준)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고 밝혔다.
또 2011년 12월 3일부터 이를 모두 지급하는 날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이자액은 약 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다만 우리 정부가 배상해야 하는 원화 기준 액수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 추세라 규모 커질 수 있다. 이날 환율은 오전 1352원대까지 올라 연고점을 경신했다. 배상액에 환율 1350원을 적용하면 2925억원이 된다.
론스타는 2012년 11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부당 개입해 46억 7950만달러(약 6조 1000억원)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에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를 통해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ISDS는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 법령이나 정책 등으로 피해를 봤을 때 ICSID 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벨기에 회사인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1조 3834억원에 사들인 뒤 여러 회사와 매각 협상을 벌이다가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3조 9157억원에 팔았다.
하지만 론스타는 매각 과정에서 정부가 개입해 더 비싼 값에 매각할 기회를 잃었고 오히려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2007∼2008년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매각 협상 과정에서 금융위원회가 규정된 심사 기간 내에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함에도 부당하게 이를 지연해 매각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론스타는 이에 ‘한국-벨기에 양자간 투자보장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론스타는 또 한국 정부가 2011∼2012년 하나금융과 협상 과정에서도 승인을 지연하고 매각 가격을 인하하도록 부당하게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세청이 면세 혜택을 부당하게 거부하고 자의적 기준 세금을 매겼다고도 했다.
론스타는 자신들이 승소하면 대한민국과 벨기에 정부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며 이 금액까지 손해배상금 액수에 포함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당시 ‘론스타 주가조작 사건’ 등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었기에 정당하게 매각 심사 기간을 연기했다고 반박했다. 매각 가격 인하는 형사사건 유죄 판결에 따른 외환은행 주가 하락이 반영된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과세에도 론스타가 오로지 면세혜택을 누리기 위해 설립된 실체가 없는 회사라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해 이를 부여하지 않았고, 개별 과세마다 구체적 사실관계만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2011년 투자보장협정 발효 이전 구체화한 분쟁은 중재 대상이 아니고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세금을 손해액에 합친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ICSID는 2013년 5월 사건을 심리할 중재 판정부를 구성하고 심리절차를 진행했다.
그러나 의장 중재인 사임 등 이유로 판정이 지연되다가 ISDS 제기 10여 년 만인 지난 6월 최종적으로 절차 종료를 선언했다.
앞서 론스타는 2020년 11월 ISDS 철회를 조건으로 협상액 8억 7000만달러(약 1조 1310억원)를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는 공식 협상안으로 보기 어렵다며 응하지 않았다.
중재 판정부가 론스타가 요구한 금액 4.6%만을 인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정부 설명을 받아들이는 대신 론스타의 주장을 상당 부분 기각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판정 내용을 신속하게 분석해 이날 오후 1시께 세부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일부 인정이 된 부분이 있고 대부분 인정이 안 된 부분이 있어 이의신청 등 필요한 절차를 준비할 예정"이라며 "10년 동안 진행된 1차적 결과물이 나온 것으로 국익에 맞춰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