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요소수 사태 300일, 불안감 더 커진 원자재 공급망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9.01 10:42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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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 매장량 및 생산량 세계 1위 인도네시아가 니켈에 수출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럴 경우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이번 조치는 니켈을 수출하는 대신 현지 가공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늘리고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만약 인도네시아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니켈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니켈 가격은 최근 10.7% 가까이 급등했다. 이는 지난 3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니켈을 비롯한 리튬, 코발트 등 배터리 주요 원자재의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문제는 중국산 원자재 가격이 크게 급등하고 있다.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핵심 원자재인 리튬과 구상흑연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다. 최근 중국산 탄산리튬 가격이 중국 정부의 전력공급 제한으로 1kg당 473위안으로 급등해 전년동기 100위안 선에서 무려 4배 넘게 올랐다. 리튬 가격 폭등은 전기차, 배터리 등 하류부문의 가격 부담이 심화되어 전기차 판매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용 구상흑연을 중국에서 95% 수입해 쓰고 있는데 이 또한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

우리나라는 중국에서 주로 부품 등 중간재를 수출하고 있는데 최근 중국이 중간재를 자국산으로 대체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지난해 한국 수출액의 25%, 수입액의 23%가 중국과 이뤄졌다. 한국의 대중 수출품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80%를 넘는다.

이제 미래산업이 기술경쟁을 넘어 공급망 전쟁으로 격화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배터리 3대 핵심소재(양극재,음극재,전해액)에 필요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같은 자원 시장에서 55~10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세계 최대 리튬 생산업체는 중국 간펑리튬인데 간펑은 리튬 채굴업체와 광산을 통째로 사들이고 있다. 세계 최대 니켈 생산업체인 중국 칭산그룹도 니켈 매장량이 세계 최대인 인도네시아 광산을 대거 확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배터리 소재중 가장 값이 비싼 코발트의 경우 중국 화유코발트기업이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업체이다. 또 중국은 전 세계 망간의 90%를 생산하는 최대 생산국이다.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망간 제품의 100%를 수입한다. 음극제에 쓰이는 구상흑연도 중국이 제일 많이 생산한다. 지난해 전 세계 음극재 생산량 중 95%가 중국에서 생산됐고, 포스코케미칼 등 국내 배터리사도 대부분 중국 업체들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문제는 코발트, 망간, 흑연 등 원자재에서 높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지 못하면 미국시장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시행해 중국산 광물.소재를 사용한 전기차 배터리의 채택을 2024년부터 제한할 예정이다.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리튬,니켈,코발트 등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공급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중국외에도 호주, 인도네시아 등에서 산업에 필요한 광물을 많이 수입하고 있는데 공급망이 문제이다. 공급망 위험을 해소하려면 수입처를 다변화해야 한다. 또 위기 발생시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범 정부적 차원의 컨터롤 타워가 마련돼야 한다. 정부도 이점을 인정하고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늦어도 너무 늦다. 요소수 대란이 발생한지 300일이 지났지만 아직 정부는 요소 비축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여러 제약들이 있지만 긴급 수급물자로 지정했다면 이에 맞는 대책이 수립됐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확실한 전략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중국을 더 이상 저렴한 생산 기지로만 보지 말고 진출시에는 중간재와 완성품 모두를 같이 가는 가치사슬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에 대해 더 이상 안주하지 않고 공급망 다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내 업체들이 협업을 통해 중국산 소재.부품을 국산 제품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공급망 다변화와 병행해 전략을 수립하는 일도 필요하다.

배터리의 재활용 기술 정착도 중요한 과제다. 폐배터리에서 광물을 추출해 다시 배터리를 만드는 재활용 사업이 정착화되면 수입에 의존하지 않아도 원소재를 일정 분량 확보할 수 있다. 정부 차원의 외교적 교류와 협력을 통해 중국을 포함 국제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 방안을 마련하는 일도 시급하다. 원자재 공급망의취약성이야말로 한국의 반도체, 배터리 산업이 직면한 치명적 약점이다.
성철환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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