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공단·한화큐셀 현장설명회
"현 제도론 설비 수명 3분의 1 밖에 운영 못해…농지법 개정 서둘러야"
![]() |
▲경남 함양군 기동마을에 위치한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의 모습. 사진= 이원희 기자 |
[함양=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25년이나 돌릴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를 8년 밖에 못 돌리고 싹 철거해야 합니다. 농가 수익이 2.6배나 늘어 수익을 마을을 위해 잘 쓰고 있었는데 주민들에게도 그렇고 국가에도 엄청난 낭비가 아닐 수 없어요."
경남 함양군에서 영농형 태양광 시범 사업을 운영하는 이태식 기동마을 사회적협동조합장은 기자에게 이같이 불만을 털어놓았다. 농사와 태양광 발전사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은 현재 ‘농지의 보전과 이용에 관한 법률(농지법)’에 따르면 농지에서 8년 밖에 운영할 수 없다. 업계서는 태양광은 최대 25년까지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사 지어 돈 벌고 태양광 운영해 가외소득도 올리니 이중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당연히 당장은 비교적 높은 수익이 가능하다. 함양 시범단지에선 농사만 지을 때의 두 배 넘게 돈을 벌었다고 한다.
하지만 발전 설비를 수명 25년의 3분의 1인 8년만 돌릴 수 있다. 또 농사와 태양광 발전을 함께 둘 다 햇볕을 충분히 받을 수 없으니 작물 수확량도 다소 줄고 발전 효율도 약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니 현 제도에선 빛 좋은 개살구다. 영농형 태양광의 시험 운영을 거쳐 본격적인 확대 보급을 하려면 농지법 개정 등 제도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일반 농지에 설치하는 농촌형 태양광은 농지를 용도 변경하고 밭을 다 밀어 농사를 하지 않고 태양광만 운영한다. 그 결과 농촌형 태양광은 농민 등 지역 주민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주민들 민원에 지방자치단체들도 태양광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영농형 태양광이 일반 태양광의 대안으로 꼽히는 이유다. 농사와 태양광 발전사업을 함께할 수 있어 농민들 반발이 비교적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물 재배와 전력 생산을 동시에 하니 농가 수익 증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한국에너지공단과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은 태양광 보급 위축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영농형 태양광 홍보에 적극 나섰다. 기동마을 영농형 태양광을 모범 사례로 제시하며 현장 설명회를 가졌다. 영농형 태양광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1일 시작된 정기국회 회기 중 농지법 개정안 통과에 힘을 싣겠다는 구상이다. 설명회 주최측은 영농형 태양광이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
▲한 농민이 기동마을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 밑에서 콤바인을 운전하며 벼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 이원희 기자 |
◇ 발전소 밑에서 벼를 수확하는 영농형 태양광…"작물 수확량 줄지만 전체 농가 수익 증가"
기자도 현장설명회에 참석했다. 기동마을 영농형 태양광은 기동마을회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정도에 있었다. 발전소로 가는 길은 밭이 펼쳐진 평범한 시골 길이었다. 그러다 멀리서 밭과 어울리지 않는 구조물이 어렴풋이 보였다. 한 눈에 봤을 때는 태양광이라고 알아보기 힘들었다.
가까이 가니 그제야 구조물 위에 설치된 태양광 모듈이 눈에 띄었다. 조그마한 태양광 모듈이 밭 위에 띄엄띄엄 높이 설치돼 있었다. 밭에 태양광 모듈이 잔뜩 깔려있는 일반 태양광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기동마을 영농형 태양광은 설치비용 2억원을 들여 논에 세운 설비용량 97.1kW의 소규모 태양광이다. 이 정도 설비용량이면 4인 가구 약 32가구가 사용하는 전력량을 생산할 수 있다. 태양광으로 4인 가구 평균 전력 사용량을 생산하려면 설비용량 약 3kW 태양광이 필요하다.
기동마을 영농형 태양광은 지난 2019년 7월에 준공됐다. 설치면적은 1000평에 약간 못 미치는 총 3068㎡(약 930평)이다. 함양군과 한국남동발전이 사업을 주관했고 기금은 남동발전이 제공했다. 운영은 기동마을 사회적협동조합이 맡고 있다.
한 농민은 이날을 기다렸다 듯이 기자들 앞에서 콤바인을 몰고 영농형 태양광 밑 밭을 갈기 시작했다. 농사를 하는 평범한 모습이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발전소 밑에서 벼를 수확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농형 태양광 밑에서 콤바인을 몰고 있으니 농사를 짓기 불편해 보였다. 발전소 기둥을 피해서 콤바인을 몰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둥 근처에 자라는 벼는 수확할 수 없어 보였다.
이태식 조합장은 작업 속도가 조금 느려졌다고 설명했다.
벼가 햇빛을 받아야 하니 일반 태양광보다 발전량도 적을 수밖에 없어 보였다. 태양광이 모든 햇빛을 받도록 설치되면 밑에 있는 벼는 모두 죽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벼농사와 태양광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장점은 확인할 수 있었다.
기동마을 협동조합에 따르면 태양광을 설치하기 전에 한 해 벼농사 수익은 총 250만원이었다. 태양광을 설치한 후에 한 해 벼농사 수익은 168만원으로 32.8%(82만원) 감소했다.
하지만 태양광의 한 해 수익은 약 500만원으로 총 수익은 668만원이 됐다. 전체 농가 수익은 250만원에서 668만원으로 2.6배 증가한 것이다.
이태식 조합장은 현장에서 "태양광 발전 수익금으로 마을회관 도색과 CCTV 설치, 장학금 지급을 하는 등 마을에 큰 혜택을 제공했다"며 "하지만 영농형 태양광을 3년 전인 지난 2019년에 지었으니 앞으로 5년 후에 철거해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 "영농형 태양광 2030 NDC 달성 위해 필요…농지법 개정하고 지원 정책 펼쳐야"
에너지공단과 한화큐셀은 현지에서 관련 세미나도 열었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농가 태양광을 1만MW까지 보급할 목표를 세웠다. 원자력 발전소 10개 규모다.
영농형 태양광을 확대하지 않으면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과 2030 NDC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게 세미나 참석자들의 공통된 주장이었다.
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신규 설치된 영농형 태양광 설비용량 규모는 총 0.8MW로 농촌 태양광 신규 보급량 1179.0MW와 비교할 때 매우 적다.
8년 밖에 운영할 수 없으니 실증 사업 수준으로 보급되지 않는 것이다.
박정 더불어민주당은 의원은 지난 2020년 6월 영농형 태양광의 경우 농지에서 총 20년까지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농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아직 소관 상임 위원회 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돼 있다.
에너지공단과 한화큐셀 관계자는 농지법 개정안이 통과해야 영농형 태양광 보급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재열 한화큐셀 전무는 "한화큐셀은 영농형태양광에 적합한 모듈을 공급해 시장 활성화를 이끌어 2030 NDC 달성과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학 영남대학교 교수는 이날 영농형 태양광의 장점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영농형 태양광을 연구해본 결과 벼는 수확량이 20% 감소하고 마늘은 29%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녹차는 수확량이 최대 21%까지 상승했다. 정 교수는 녹차는 영농형 태양광으로 햇빛을 덜 받으면 오히려 수확량이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영농형 태양광 발전 수익을 지난 2021년 국내 전력 가격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 설비용량 100kW 규모의 발전소를 기준으로 해마다 787만원에서 1322만원의 소득이 발생했다. 이는 같은 면적의 농지에서 벼농사를 지을 경우 기대되는 소득 약 240만원의 3~5배 이상 수준이다.
정 교수는 "영농형 태양광은 기존 태양광보다 구조물을 높게 설계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용이 더 들어간다"며 "영농형 태양광 확산을 위해 지원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onhee454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