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부족 등 현대인 잘못된 생체리듬 복원기술 개발
대표제품 ‘올리’로 작년 이어 올해 CES혁신상 수상
美·유럽·日 등 7개국 수출…노르웨이·호주 수출상담
▲김용덕 루플 대표. 사진=김하영 기자 |
20세기 글로벌경제를 제조와 금융 중심의 ‘골리앗기업’이 이끌었다면, 21세기 경제는 혁신창업기업 스타트업(start-up) ‘다윗기업’이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로 최근 20여년 간 글로벌 경제와 시장의 변화의 주인공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스타트업이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알리바바, 틱톡은 물론 국내의 네이버, 카카오, 넥슨, 쿠팡 등도 시작은 개인창업에서 출발했다. 이들 스타트업들이 역외와 역내 경제에서 새로운 부가가치, 새로운 직종(일자리) 창출을 선도하고 있다.
한낱 목동에서 당당한 장군로 성장한 ‘스타’ 스타트업을 꿈꾸며 벤치마킹하는 국내외 창업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성공의 열매를 맛보기 위한 과정은 매우 험난하다. 스타트업(창업)은 했지만 점프업(성장)하기까지 성공보다 좌절이 더 많은 ‘정글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돌팔매질을 연마하는 ‘다윗 후예’ 스타트업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에너지경제신문 김하영 기자] 현대인들을 괴롭히는 가장 큰 문제의 하나로 잘못된 생체리듬에서 발생하는 수면 부족을 꼽을 수 있다.
이같은 수면 부족을 IT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이용해 숙면으로 유도해 주는 이른바 ‘슬립테크(Sleep-Tech)’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루플(LUPLE)’이다.
루플은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개인에게 일광욕ㆍ레이저ㆍLED램프 등 특별한 파장의 기구를 이용해 숙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이트테라피(Light Theraphy·광선요법)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보통 슬립테크 기업들은 사람이 잠을 자는 8시간에 초점을 맞춰 침대·침구 등에 IoT를 장착해 수면 자세와 패턴을 측정한다.
반면에 루플은 사람이 깨어나서 활동하는 16시간에 초점을 맞춰 사람이 밤에 수면을 잘 취할 수 있도록 빛, 음식, 운동 등 생활습관을 분석한다.
삼성전자 출신인 김용덕 루플 대표는 평소에 ‘어떻게 하면 불편함을 해소하고,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함께 숙면 해결에 관심을 보여 왔다고 한다. 결국 김 대표는 지난 2018년 삼성전자 사내 벤처프로그램 C랩을 거쳐 2019년 루플을 창업했다.
루플의 슬립테크 대표 브랜드는 ‘올리(Olly)’다.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최대 가전박람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출품돼 ‘CES 혁신상’을 받았다. 제품은 ‘올리데이’와 ‘올리나이트’ 2종류이며, 작은 커피잔 모양을 가진 개인용 스마트 라이트 테라피 기기이다.
올리데이는 우리 몸을 각성시켜 잠을 깨워주고, 활력을 돋아주도록 도움을 준다. 올리나이트는 수면을 잘 취할 수 있도록 유도해 준다.
김 대표는 올리를 개발하게 된 계기로 "자녀의 학부모 모임에 갔는데, 초등학생ㆍ중학생들이 에너지드링크, 커피, 수면제, 멜라토닌 등 약물에 의존해 생체리듬을 조절하고 있었다"며 "‘약물 없이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2017년에 노벨의학상을 받았던 ‘인간의 눈으로 들어온 빛이 생체리듬을 관장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계기로 (올리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올리의 원리는 몸이 낮이라고 인식하는 480나노 영역대 빛을 통해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키고,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한다. 반대로 밤에는 과도한 빛, 전자기기로부터 발생하는 블루라이트 등에 노출돼 신체리듬이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하지 않도록 파장을 만든다.
김 대표는 "인체 건강의 기본은 생체리듬 안정화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며 "루플은 인간의 수명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생체리듬 안정화를 통해 우울증·치매·대사질환 등에도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제품 개발을 고도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경영비전을 밝혔다.
▲루플의 숙면치유 제품 ‘올리(Olly)’. 사진=루플 |
올리 앱은 햇빛·운동·식사·카페인 섭취 등 수면장애 유발 요인을 기록하고, 경향과 패턴에 따라 분석돼 사용자에게 개인화된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며, 앱 솔루션과 연동된 라이트테라피를 제공하는 올리S를 통해 정상적인 생체리듬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김 대표는 "올리 데이와 올리 나이트는 가장 효과적인 파장을 줘 생체시계를 설정하는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리S는 생체시계를 재설정해 수면을 해결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만들어주는 기기"라고 설명했다.
올리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일본·대만 등을 포함한 전 세계 7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현재 노르웨이·호주로 수출 상담도 진행되고 있다.
김 대표는 "스위스는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는 특성이 있어 생체리듬에 민감한 국가이고, 생체리듬 분야에 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최근 스위스 유명일간지에 올리 소개 기사가 실린 뒤 2~3개월 만에 1000대 이상 팔렸다"고 말했다.
루플의 목표는 무너진 생체리듬을 빠르게 회복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현대인들은 해외 출장,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등으로 생체리듬이 무너지고, 회복하는 것을 반복한다"면서 "생체리듬의 변화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기술 개발을 통해 현재 올리를 사용했을 때 2주 정도 걸리는 회복 시간을 1주 이내로 줄이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2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2)에 참가한 루플의 홍보관 모습. 사진=루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