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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산림 소유권의 제도적 변화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역사학자다. 그는 탄탄한 조사와 설득력 있는 해석으로, 일제가 한국의 산림자원을 수탈해 갔다거나 일제의 정책이 한국 임업의 근대화 기반을 닦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한국 근대 임업사를 제대로 보는 시각을 제공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일제가 조선의 산림을 헐벗게 만들었다는 것은 과장이다. 이미 조선 후기에 한반도의 산야는 황폐했기 때문이다. 관찬 사료에 "관서 연로의 모든 산이 민둥산이 됐다"(38쪽)라든가 "조선총독부의 1910년 조사에서 산림의 68% 정도에 쓸 만한 나무가 거의 없었다"(85쪽)는 근거를 제시한다.
또 19세기 조선 순조 때 한양 사람들이 땔감을 구할 길이 없어 빈 궁궐(경복궁)의 전각을 허물어 그 목재를 가져다 연료로 삼았다는 기사(78쪽)에서도 드러난다.
조선총독부는 산림 황폐화가 소유주가 없는 탓이라 파악하고, 산림 소유권을 확정하는 임야조사사업을 임업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이에 더해 금벌주의 정책이라 해 소유지 입산 자체를 금지하고는 이를 ‘문명적 임업’이라 규정했다(48쪽). 그러나 1911년 조사에선 소유권 신고가 전체 임야 면적의 15%도 이뤄지지 않았고(159쪽), 그 외 ‘국유림’에선 일제가 만든 영림서와 일본 대기업에서 수익을 뽑아갔다. 요컨대 정책 입안 및 실행 능력도 떨어진 데다 제국주의 욕심을 채우는 데 급급했으니 식민지 근대화론은 허구에 불과하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지은이는 다양한 사료를 뒤져내 근대 임업의 변천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실록, ‘비변사등록’, ‘시정5년기념 조선물산공진회 보고서’ 등 조선과 조선총독부의 공식 자료를 동원한 것은 기본이다.
역사를 읽는 재미 중 하나는 과거를 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되는 것이다. 현재는 과거를 딛고 선 것이기에 이는 미래로 가는 또 다른 길을 찾을 수 있게 해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미덕은 잘못된 정책의 폐해를 알려주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임업 발전을 위한 시사점을 제시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제목 : 한국 근대 임업사
저자 : 최병택
발행처 : 푸른역사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