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위기가 기회'...파운드리 투자 중단없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9.05 15:10

반도체 시장 침체국면에 TSMC 등 투자계획 조정



3나노로 기술력 한발 앞서…美 제2공장 착공 앞둬

삼성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선두 업체인 대만 TSMC와 점유율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스마트폰, 개인용컴퓨터(PC) 등 전방 산업 부진으로 생산과 투자의 숨 고르기에 나서는 경쟁사와 달리 전략 수정 없이 속도를 높이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연간 투자 비용이 400억달러(약 54조8000억원)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회사는 올해 최대 투자 규모가 440억달러(약 60조300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제시한 바 있는데 기존 계획에서 약 10% 가량 하향 조정되는 셈이다.

실제 TSMC가 올해 2분기 시설 투자에 쏟은 비용은 73억4000만달러로 직전 분기와 비교해 약 22% 감소했다. 상반기 누적 투자도 167억2000만달러(약 22조9000억원)에 불과하다. 기존 계획에서 절반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TSMC는 장비 입고지연과 재고 상황을 감안해 시설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TSMC가 투자 규모 조정에 나선 배경에는 침체하는 반도체 업황이 있다. 가전제품과 정보기술(IT) 제품 수요가 감소세에 접어들고,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심화, 경기 위축 등 여파로 재고가 쌓이고 반도체 주문이 감소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

각종 전망치도 어둡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13.9%로 내다봤다. 지난 6월 발표 때 제시한 16.3%에서 낮춰 잡았다. 내년 전망치도 기존 5.1%에서 4.6%로 떨어졌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가 조사한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설비투자 규모는 1855억달러(약 254조3000억원)로 지난 3월 예상치 1904억달러(약 261조원)에서 축소됐다. 반도체 업황이 연말로 접어들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세계 파운드리 가동률도 줄어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가동률은 올해 2분기 94%로 감소한 데 이어 매 분기 하락을 지속해 내년 4분기에는 80% 초반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반면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6.3%로 선두 TSMC(53.6%)를 빠르게 넘어서야 하는 삼성전자는 추격에 속도를 늦추지 않는 모양새다.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목표로 삼성전자는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 지난 7월에는 세계 최초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미터(㎚) 파운드리 공정 제품 출하식을 열었다. TSMC보다 2달이나 앞선 시점인데다 GAA 기술은 아직 TSMC가 도입 시점을 공개하지 않은 제품으로 기술 리더십까지 과시했다는 평가다.

170억달러를 쏟아 부은 삼성전자 미국 제2파운드리 공장 착공 시점도 임박했다. 현재 텍사스주 오스틴 부지에 기초 공사가 진행 중인 상황으로 오는 2024년 하반기 가동 계획에 맞추기 위해서는 이르면 이달 중 착공이 시작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해당 공장은 약 500만㎡(약 150만평) 규모로 5세대(5G)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 등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나아가 텍사스주에 2046년까지 총 1921억달러(약 263조3000억원)를 들여 반도체 공장 11곳을 신설하는 중장기 사업 계획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복권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017년 이후 사라진 대형 인수·합병(M&A)이 성사되거나 향후 3년 동안 205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목표에서 추가적인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일시적인 업황에 따라 투자 규모가 소폭 줄어들 수는 있지만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TSMC 모두 막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며 "다만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로서는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늦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jinso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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