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연금개혁, 국민 공감대 형성이 먼저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9.07 14:21

산업부 여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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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여헌우 기자

"아이들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고립됐다 14시간만에 구조된 A씨가 한 말이다. 많은 이들이 공감했을 것이다. 자식을 향한 사랑은 우리 삶 속 원동력이 되곤 한다. 환갑 넘은 노인도 그 부모 눈에는 아이로 보인다. 내리사랑은 인간의 본능인 동시에 공동체를 관통하는 상식이다.

다만 ‘남의 자식’을 대하는 태도는 사뭇 다른 듯하다. 경제가 성장하며 문화가 바뀐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온 마을이 함께 아이를 키우던 시대는 끝났다. 세대갈등은 이미 우리 삶 깊숙이 스며들었다. ‘MZ세대’라는 신조어가 많이 쓰인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해당 세대에 속한 사람들은 사고방식과 성장환경이 완전히 다르다. 기성세대가 소위 ‘요즘 것들’을 묶어 부르면서 탄생한 폭력적인 단어다.

‘연금개혁’이 지지부진한 원인이 여기에 있다. 미래 보험료 납부자를 ‘남의 자식’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단순히 뒤로 늦추겠다는 황당한 발상도 여기에서 비롯했다. 자신이 연금을 받겠다고 아이들은 끝이 보이는 기금에 돈을 넣으라는 뜻인가? 따지고 보면 연금 수령을 눈앞에 둔 이들이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촌극이다.

공적연금은 대수술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은 보험료율을 올리고 지급률은 낮추는 게 불가피하다. 공무원·군인연금 등은 이미 적자의 늪에 빠져 혈세를 수조원씩 갉아먹고 있다. 작년 기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명대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의 연금이 지속 가능할 리 없다.

개혁의 첫 단추는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는 것이다. 당장 내 주머니가 가벼워져야 제도 자체가 운영된다는 현실을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처지를 다른 나라 연금 현황과 단순 비교하면 안 된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야 한다. 인구 피라미드를 고려하면 우리는 훨씬 강력한 혁신이 필요하다. 보험료율 인상으로 부담이 커질 사업주들을 설득하는 것도 과제다.

개혁이 절실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제도를 손보는 데도 속도가 날 수 있다. 정치인은 국민들에게 ‘더 내고 덜 받자’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소통만 제대로 한다면 수급자 반발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초인적인 힘도 발휘하는 게 인간이다. 한낱 욕심 탓에 자식에게 족쇄를 채우고 싶어 하는 부모는 어디에도 없다.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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