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기술·설비 '초격차'로 차세대 반도체 선점...시장 침체속 투자확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9.07 14:52

차세대 인터페이스 CXL 상용화 주도…새 팹·R&D 시설 등 미래 투자는 지속



삼성,업계 최초 고용량 512GB D램,CXL기반 SSD 공개로 메모리 솔루션 확대



SK,DDR5 기반 첫 CXL 메모리 샘플 개발로 선점나서...2023년부터 양산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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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238단 낸드플래시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불황을 돌파할 카드로 ‘초격차’를 꺼냈다. 부가가치가 높은 고성능 제품 위주로 판매 전략을 펼치며 수익성을 높이고 시장이 정체하는 와중에도 적재적소에 투자를 집행하며 기술과 자본 두 분야 모두에서 치고 나가는 전략을 펼친다.


◇ 기술 초격차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선점’


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를 시작으로 가격 내림세가 가팔라지는 등 ‘반도체 겨울’이 도래하는 분위기다. 경기 침체와 소비 심리 악화로 메모리 반도체가 탑재되는 스마트폰, 개인용컴퓨터(PC) 판매가 부진해지자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대만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전분기 대비 최대 18%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불황에 대처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고용량 중심 포트폴리오 운영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를 선보이며 ‘기술 초격차’를 벌리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두 회사는 차세대 인터페이스인 CXL(Compute Express Link) 메모리 반도체 경쟁을 선도하고 있다. 해당 기술은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에서 중앙처리장치(CPU)와 함께 사용되는 가속기, 메모리, 저장장치 등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제안된 인터페이스다. 메모리 반도체에 접목하면 용량이 확장되고 데이터 처리가 효율화되는 등 성능이 대폭 향상된다. 때문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연산 능력이 중시되는 서버용 시장에서 주목받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CXL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 솔루션인 ‘CXL 메모리 익스팬더’를 업계 최초로 출시하며 CXL 메모리 솔루션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 5월에는 업계 최초로 고용량 512기가바이트(GB) D램을 개발하는 등 상용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CXL 기반 ‘메모리 시맨틱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공개하며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 영역을 확장했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 기반 첫 CXL 메모리 샘플을 개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회사는 양산 시점을 2023년으로 계획하고 지속해서 최첨단 D램과 진보 패키지 기술을 개발해 CXL 기반 메모리 솔루션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CXL 생태계 확대를 위한 전용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도 올해 4분기 오픈 소스로 배포할 계획이다.

낸드플래시 사업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초고층 제품 개발에 성공하며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8월 현존 최고층인 238단 낸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삼성전자도 SK하이닉스에 버금가는 236단 낸드를 연내 출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세계 최초로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3나노미터(㎚) 공정 제품 양산에 성공하며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선두권 기술력을 과시했다. 삼성전자 공정은 현재까지 가장 미세한 기술력이 적용됐을 뿐만 아니라 트렌지스터 구조를 기존 ‘핀펫’에서 ‘게이트올어라운드(GAA)’로 혁신한 점도 특징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대표이사는 "핀펫 트랜지스터가 기술적 한계에 다다랐을 때 새로운 대안이 될 GAA 기술 조기 개발에 성공한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혁신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 반도체 시장 침체속 시설·R&D 투자 확대…역발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자본 초격차’를 뽐내며 반도체 시장 침체에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공장 증설에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도 향후 반도체 시장 반등을 노린 필수적인 투자는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전날 SK하이닉스는 오는 10월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에 M15X를 착공한다고 밝혔다. 5년에 걸쳐 총 15조원을 투자한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이미 확보된 부지에 M15 확장 팹인 M15X를 예정보다 앞당겨 착공하기로 했다"고 했다.

해당 팹은 청주 M17의 대안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SK하이닉스는 어두운 메모리 반도체 업황 전망과 눈덩이처럼 불어난 비용으로 청주 M17 투자를 연기했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 변동 주기가 짧아지는 추세라 업계는 2024년부터 서서히 회복되고 2025년에는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업황 반등에 맞춰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늘리기 위한 사전 준비 차원에서 M15X 건설을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시설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지만 지난달 기흥캠퍼스에 들어서는 차세대 연구·개발(R&D) 단지 설립은 예정대로 진행했다. 해당 시설은 최첨단 복합 R&D 시설로 2025년 가동 예정인 R&D 전용 라인을 포함해 2028년까지 연구단지 조성에 약 20조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등 삼성전자가 품은 반도체 전 영역에 걸친 R&D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인 업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미래를 내다본 투자를 통해 후발주자와 격차를 더 크게 벌리겠다는 구상"이라며 "고부가가치 제품을 앞세운 수익성 우선 전략으로 하반기 가격 하락세를 방어한다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jinso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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