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업계 원유가격 차등적용제 수용 내년 1월 시행
올해 종전 연동제로 가격협상…'대폭 인상' 요구 예상
농식품부 "고통분담 차원에서 인상폭 최소요구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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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진흥회는 지난 16일 세종시 낙농진흥회 대회의실에서 ‘2022년 제3차 이사회(임시)를 열어 낙농제도 개편(안)과 원유의 생산 및 공급규정 개정(안)을 원안대로 만장일치 의결했다. 사진=낙농진흥회 누리집 |
그러나, 올해 정부와 낙농업계의 원유가격 협상이 남아 있어 내년 차등제 적용에 따른 낙농가의 소득 감소를 방어하기 위해 음용유 가격 인상 전망이 커지면서 고물가 기조에 ‘밀크플레이션(Milk+Inflation, 우유 가격인상)’이 더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낙농진흥회는 이사회를 열어 정부가 추진해온 원유가격의 용도별 차등적용제를 도입하는 낙농제도 개편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 마시는 우유-유제품 가공유 가격 이원화, 정부-낙농업계 1년 대립 끝 ‘봉합’
지난 1년 간 차등적용제를 반대하던 낙농업계가 개편안을 수용함으로써 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제도 시행을 위해 조속한 시일 내 실무협의체를 꾸려 세부 실행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용도별 차등가격제도를 골자로 한 낙농제도 개편안을 추진해 왔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원유의 용도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이원화해 음용유는 현 가격 수준을 유지하는 대신 가공유 가격을 낮게 책정하는 제도이다.
농식품부는 가공유 가격 인하를 유도해 치즈 등 유가공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체에 저렴하게 가공유 공급을 통한 제품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었다.
현행 생산비 연동제는 낙농가의 생산비만 따져 원유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우유 소비가 감소하는 추세에도 원유 값이 오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국내 유업체의 수입 원유 의존도가 커지면서 국산 원유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동안 국산 원유는 음용유 기준으로 책정돼 저렴한 수입 원유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업계의 설명이다.
반면에 원유를 대는 낙농업계는 정부의 가격 이원화 추진이 낙농가의 수익감소는 물론 원유 증산 여력이 부족하고, 유업체의 추가 구매 약속이 없는 점을 들어 강력하게 반대해 왔다. 특히, 전국 낙농가의 원유 반납시위,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의 국회 앞 1인시위로 치달으며 서로 접점을 찾지 못하는 듯 했다.
이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취임한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이 낙농가와 소통하겠다는 유화 제스처를 보냈지만, 낙농가의 반대입장에 변화가 없자 결국 농식품부는 지난 7월 말 돌연 낙농업계와 신뢰 훼손을 이유로 ‘낙농육우협회와 협상 중단’ 카드를 내밀었다.
결국, 바뀐 정부에서도 차등가격제 도입 방침이 고수되자 낙농업계가 농식품부의 협상중단 선언 약 3주만에 협의 요청 공문을 보내면서 국면전환이 이뤄졌고, 16일 낙농진흥회의 만장일치 의결로 원유가격 용도별 차등적용제 도입이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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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우유제품 코너에서 한 가정주부가 우유 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문제는 이처럼 낙농제도 개편이 급물살을 타면서 그동안 정부와 낙농가 간 갈등으로 지연됐던 원유가격 협상 문제가 현실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당장 오는 20일 생산자·유업체가 참여하는 소위원회 회의를 통해 가격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현행 생산비 연동제에 따라 가격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생산비 연동제는 최근 1년(혹은 2년)간 생산비 증감분의 ±10% 범위에서 원유 가격을 정한다. 앞서 2020년과 지난해 원유 생산비가 리터(ℓ)당 52원 오른 점을 감안해 원유 가격 협상 폭은 ℓ당 47∼58원인 셈이다.
원유 가격이 52원 상승한다면 연내 우유 소비자 가격은 ℓ당 최대 500원까지 뛸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그동안 낙농가에서 국제 곡물 가격 인상 등에 따른 사료비 폭등으로 원유값 조정을 요구한 점을 감안한 추산치다.
이에 따라, 우유를 원료로 만들어지는 과자와 빵, 아이스크림 등 식품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밀크플레이션’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추후 원유가격 결정 과정에서 고물가 기조 속 소비자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인상 폭을 최소화해 달라고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협상 결과 원유가격이 인상되더라도 백색시유(흰 우유), 향미우유와 같은 가공제품 등 기호품을 구분해 가격 조정을 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며 최대한 밀크플레이션의 영향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inaho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