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번의 타종, 100만명 추모객...엘리자베스 여왕에 마지막 작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9.19 23:32

pyh2022091919900034000_p4.jpg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열린 19일(현지시간) 찰스 3세 영국 국왕(왼쪽)과 앤 공주가 모후 엘리자베스 2세의 시신이 담긴 관을 따라 장례식이 거행된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영국의 가장 오랜 군주였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이 엄수됐다. 국장일인 19일 영국 전역은 임시 공휴일로 지정돼 기업·영업장이 문을 닫았고, 런던 증시도 휴장했다.

19일(현지시간) 오전 11시,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국장이 치러졌다. 1965년 윈스턴 처칠 총리 장례 이후 57년 만의 국장이다. 장례식은 한시간 남짓 진행됐다. 세계 각국 정상과 영국 전·현직 총리, 시민 등 100만 명가량이 운집해 여왕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날 여왕의 관은 장례식에 앞서 약 5분 거리인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운구됐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는 여왕의 96년 생애를 기리며 1분에 1차례씩 종소리가 울렸다. 엘리자베스 2세는 1947년 이곳에서 대관식을 치렀고, 1953년엔 남편 필립 공과 결혼식을 했다.

운구 과정은 극도로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붉은 제복의 영국 근위대가 장례식 웨스트민스터 홀 밖으로 여왕의 관을 들어 옮겼고, 건물 앞에서 대기 중이던 해군 부대는 포차에 관을 실었다. 포차는 1901년 빅토리아 여왕, 1910년 에드워드 7세 국왕 등 선왕의 국장에 쓰인 바 있다.

약 20분간 진행된 이 행렬 뒤로 엘리자베스 여왕의 74세 큰아들 찰스 3세 국왕을 비롯한 앤 공주와 찰스 국왕의 아들인 윌리엄, 해리 왕자 등이 군복 차림으로 뒤를 따랐다. 윌리엄 왕자의 자녀인 조지 왕자, 샬럿 공주도 운구 행렬에 참여했다.

pap20220919340501009_p4.jpg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사진=AP/연합)

이어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성경을 봉독했다. 이후 영국 전역에서 전 국민이 2분간 묵념을 하고, 이제 여왕이 아닌 "신이여, 국왕을 지켜주소서"로 시작되는 영국 국가를 불렀다.  

장례식은 왕실 백파이프 연주자가 여왕의 영면을 기원하는 자장가를 연주하는 것을 끝으로 정오를 조금 넘겨 막을 내렸다.

여왕의 관을 앞세운 장례 행렬은 이어 버킹엄궁을 지나 하이드파크 코너에 있는 웰링턴 아치까지 런던 중심부 약 2km를 행진하며 길가에 운집한 시민 수백만명과 작별을 고했다. 기마대와 군악대가 앞장서고 찰스 3세 국왕과 왕실 인사들이 도보로 뒤를 따랐다.

장례 행렬이 웰링턴 아치에 도착한 이후 여왕의 관은 런던에 작별을 고하고 40km 떨어진 윈저성으로 떠났다. 이후 여왕은 왕실 일가가 모인 가운데, 작년 4월 먼저 세상을 뜬 남편 필립공 옆에서 영면에 들어간다.

pyh2022091918350001300_p4.jpg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 향하는 윤석열 대통령 내외(사진=연합)


이날 장례식은 이날 장례식은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등 세계 주요국 정상이 참석한 조문외교의 현장이기도 했다.

BBC 방송은 이날 초청장을 받은 각국 정상과 외교 사절은 200개국 5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도했다.

세계 각국의 왕실 인사들도 이름을 올렸다. 수 세기 동안 왕실 간의 결혼으로 얽혀 있는 유럽 국가에서는 네덜란드 빌렘 알렉산더 국왕과 막시마 왕비, 벨기에의 필립 국왕과 노르웨이의 하랄드 5세 국왕, 모나코의 알베르 2세 국왕 등이 명단에 올랐다. 일본에선 나루히토 일왕 부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영국과 외교 관계가 틀어진 러시아와 벨라루스, 미얀마 등은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규모로 열릴 외교 모임으로도 여겨지는 이번 장례식에 초청을 받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당초 참석할 것이란 소문이 나왔으나 2018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배후라는 논란과 관련해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일랜드에선 마이클 마틴 총리가 참석해 반목의 역사를 잠시 뒤로 하고 조문했다. 중국에서는 영국 정부의 초청에 따라 왕치산 부주석을 장례식장에 보냈다.

pru20220919420301009_p4.jpg

▲엘리자베스 여왕 운구 행렬(사진=로이터/연합)

70년 재위 기록을 세우고 지난 8일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불렸던 영국 식민지들의 독립, 전후의 궁핍, 냉전과 공산주의 몰락, 유럽연합의 창설과 영국의 탈퇴 등 역사의 격변을 거쳤다.

군주제의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에서도 여왕은 평생 헌신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면서 신중한 언행과 검소한 생활 태도를 견지해 영국뿐 아니라 세계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