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복귀 한달...특사로 부산엑스포 유치-투자 및 세일즈 '광폭행보’
경제계 “경제인 사면 모범 보여...경제위기 극복위해 사면폭 넓혀야”
▲지난 13일(현지시간) 파나마시티에 위치한 파나마 대통령궁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다. /삼성전자 |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광복절 특별 복권으로 사면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내외에서 ‘광폭’ 경영 행보에 나서며 회사 경영 전반을 이끌고 있다. 그동안 총수 부재로 막혔던 인수합병(M&A)과 친환경 경영 관련 사업 방향도 명확해지는 모양새다. 재계는 복권 한달간 활발한 대내외 행보를 보이는 이 부회장에 대해 ‘경제인 사면 모범사례’로 평가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달 12일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로 복권된 이후 국내 계열사를 방문해 임직원 목소리를 듣고, 이달 들어 해외 출장에 나서며 삼성 총수로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9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기공식을 시작으로 24일 서울 강동구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 26일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30일 서울 송파구 삼성SDS 본사를 잇달아 찾았다. 주말을 제외하면 2∼3일 간격으로 국내 주요 현장을 방문하며 대내 활동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추석 연휴기간에는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한 해외 출장에 나섰다. 첫 목적지는 멕시코와 파나마였다. 이 부회장은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을 만나 유치 지원을 요청하며 ‘민간 외교관’ 임무를 수행했다. 현지에 있는 삼성전자 가전 공장과 삼성엔지니어링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각각 방문해 사업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이후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유럽 총괄 조직이 있는 영국을 찾았다. 지난 19일 진행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국장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행보로는 유엔총회 방문이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미국에 입국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 부회장은 윤 대통령과 동행하며 미국 뉴욕에서 주요국 정상을 만날 계획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약 22조원)를 투자해 신설하는 제2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 착공식에도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점쳐진다.
▲지난달 19일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부회장이 직원들과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 |
이 부회장 복권 이후 적극적인 행보로 그동안 경색됐던 M&A에도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20년 삼성전자는 "3년 내 의미 있는 규모로 M&A를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최종 결정권자인 ‘총수 부재’라는 불확실성 속에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졌다. 아울러 삼성전자 M&A 후보로 거론됐던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ARM은 본사를 영국에 두고 있다. 출장길에 영국을 찾은 이 부회장이 ARM 사업장을 살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어지는 미국 출장에서도 인수 후보군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인공지능(AI)과 5세대(5G) 이동통신, 전장 등 차세대 먹거리 분야를 중심으로 인수 기업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지난 15일 발표한 ‘신환경경영전략’ 발표도 이 부회장 사면이 결정적 계기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 주요 기업이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국제 캠페인 ‘RE100’에 참여하는 동안에도 가입을 미뤄왔다.
특별복권으로 풀려난 이 부회장이 경영 패러다임을 ‘친환경’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삼성전자가 신환경경영전략 발표에 속도를 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050년 RE100 달성을 골자로 초저전력 반도체 개발, 용수 재활용 등을 신환경경영전략에 포함했다.
재계에서는 사면 이후 이 부회장이 보여주는 활동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취업 제한이 풀린 이 부회장이 해외 주요 행사에 참여하며 삼성 총수로서 역할을 다하는 모습은 기업인 책무와 소임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사면 복권 후 긍정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향후 기업인 사면 규모가 늘어날 여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jinso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