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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한스크주 러시아 점령지에 설치된 러시아 홍보물(사진=로이터/연합) |
연합뉴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 행정부들은 이달 23~27일 러시아 합병을 위한 주민투표를 치르기로 20일(현지시간) 결정했다.
대상 지역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등 친러시아 세력이 독립을 선포한 공화국 이외에 남부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까지 포함하는 러시아 점령지 전체다.
DPR 수장 데니스 푸실린은 "돈바스가 고향으로 돌아간다. 적기가 왔다"며 "의회에 관련 법안을 지지해 달라고 요청한다"고 밝혔다. DPR 의회도 주민투표 실시 법안을 만장일치로 즉시 통과시켰다. 그는 또 투표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올 경우 DPR을 러시아 영토로 편입하는 것을 최대한 빨리 승인해달라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LPR 수장 레오니트 파센치크, 자포리자주 친러시아 행정부 수반 예브게니 발리츠키, 헤르손주 친러시아 행정부 수반 블라디미르 살도 역시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살도는 헤르손 지역에서 러시아의 ‘특별 군사작전’을 지원할 자원부대 창설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합병된) 러시아 영토에 대한 침범은 모든 자위력을 동원할 수 있는 범죄"라며 주민투표 필요성을 역설한 직후에 내려졌다.
DPR과 LPR은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공화국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이들의 독립을 승인한 바 있다. 자포리자와 헤르손은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대부분의 영토가 점령됐다.
러시아는 11월 4일 ‘국민 통합의 날’에 투표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우크라이나가 동부 하르키우주를 대부분 탈환하고 헤르손과 루한스크주까지 위협하면서 투표가 앞당겨졌다. 앞서 러시아는 2014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러시아의 주민투표 계획이 불법이고 조작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의 입장은 이런 소음이나 발표로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단결을 유지하고, 우크라이나를 수호하며, 우리의 땅을 해방시키면서 그 어떤 약점도 보이지 말자"고 자국민에게 당부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의 모든 우방·파트너국이 보여준 강력한 규탄에 감사드린다"며 "러시아는 또다른 사이비 주민투표를 조직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주민투표 계획을 "가짜 투표"로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러시아의 주민투표 추진을 분명히 반대한다"며 "유럽연합(EU)과 캐나다도 주민투표 계획을 비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러시아는 주민투표를 조작하고 그 결과를 근거로 당장 또는 미래에 이들 영토를 합병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그 어떤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주장도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EU와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주민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투표가 진행되는 경우 러시아를 상대로 추가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독일, 발트국가 리투아니아 등도 러시아의 주민투표 계획을 민주주의 절차를 흉내낸 ‘패러디’라면서 가짜 투표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