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솔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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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에는 "이 폰은 혁신을 통한 창조, 꿈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LG 기술 역량을 집중해 상상을 현실로 만든 세계 최초 롤러블폰이자 LG 스마트폰 마지막 작품"이라며 "연구원이 1000여개 부품을 일일이 조립하고 한정된 수량만 생산해 이 폰을 드린다"고 적혀 있었다.
롤러블폰은 침몰해가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반등시킬 구원투수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2021년 LG전자가 시제품을 공개하고 국내 출시를 준비하던 중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결국 빛을 보지 못했다.
LG전자는 애플과 삼성전자에 밀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한 상황에도 스마트폰 사업을 반등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일각에서 기대를 걸었던 이유는 기술력 때문이었다. 2020년 LG전자 대표이사를 맡았던 권봉석 LG 대표이사 부회장은 당시 폴더블 시장 대응 전략을 묻는 질문에 "롤러블 TV를 갖고 있는 회사가 왜 폴더블을 안 하겠나"고 답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문제는 기술력 바깥에 있었다. LG전자 스마트폰은 출시 때마다 크고 작은 결함이 발목을 잡으며 신뢰도가 크게 하락한 상태였다. 절치부심한 이후에도 플래그십 시장에서 ‘윙’을 비롯한 특이 모델에 집착하며 외면 받았다. LG전자는 세계 선두권 기술력을 갖춘 회사였지만 5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안고 시장성이 모호한 롤러블폰 사업을 이어가기에는 체력이 바닥난 상황이었다.
LG폰이 사라진 지금 삼성전자가 비슷한 길을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4세대 폴더블폰을 앞세워 흥행을 달리고 있지만 올해 초 불거진 게임최적화서비스(GOS) 논란 이후 신뢰도에 금이 가는 사건이 왕왕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출시한지 3년 밖에 지나지 않은 ‘갤럭시 노트10 플러스’가 부품 재고가 없어 수리하지 못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됐다.
새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소비자를 사로잡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소비자 신뢰를 놓친다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LG 롤러블폰이 남긴 교훈을 삼성전자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jinso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