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무솔리니’ 멜로니, 이탈리아 이끈다…"국민통합이 목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9.26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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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가 조기총선 이튿날인 26일 로마 시내 Fdl 당사에서 "고맙습니다 이탈리아"라고 쓰인 손펫말을 들고 웃고 있다(사진=AF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이탈리아가 파시즘 창시자 베니토 무솔리니(1992∼1943년 집권) 이후 79년 만에 극우 성향이자 첫 여성 지도자를 맞이하게 됐다.

26일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가 실시한 자체 출구조사 결과 극우 정당 중심의 우파 연합이 41~45%를 득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 구성에 필요한 최소 득표율로 인식되는 득표율 40%를 넘어서는 수치다. 이에 따라 우파 연합은 하원 400석 중 227∼257석, 상원 200석 중 111∼131석 등 상·하원 모두 넉넉하게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우파 연합은 조르자 멜로니 대표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들(Fdl·극우)과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이 대표인 동맹(Lega·극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설립한 전진이탈리아(FI·중도우파) 등 세 정당이 중심이다. 정당별로는 Fdl이 22∼26%, 동맹이 8.5∼12.5%, 전진이탈리아가 6∼8%의 득표율을 각각 기록했다. 이에 따라 우파 연합에서 최대 지분을 가진 Fdl의 멜로니 대표가 총리직에 오를 것이 확실시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선거 패배를 인정하고 주요 야당 세력으로서 차기 정부를 견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멜로니 대표는 "이탈리아 국민은 Fdl이 이끄는 중도우파 정부에 명백한 지지를 보냈다"며 "Fdl은 모든 이탈리아인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이라고 승리 선언했다. 그는 "상황이 어렵다. 모두의 기여가 필요하다"면서 "이탈리아형제들에겐 자랑스러운 밤이다. 그러나 이건 출발점일 뿐 종착점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멜로니는 1977년 로마 노동자계급 지역인 가르바텔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가정을 버린 아버지 때문에 홀어머니 아래서 자란 멜로니는 본인도 워킹맘이자 미혼모다. 가르바텔라는 전통적으로 좌파들의 보루로 여겨지는 곳임을 고려하면 멜로니는 좌파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극우 정치인으로 성장한 셈이다.

멜로니에겐 ‘여자 무솔리니’의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그는 15살 때 네오파시스트 성향의 정치단체 이탈리아사회운동(MSI)의 청년 조직에 가입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MSI는 1946년 베니토 무솔리니 지지자들이 창설한 단체다. 1995년 해체됐지만 멜로니가 2012년 MSI를 이어받은 Fdl을 창당하고 2014년부터 대표직을 맡았다.

그는 2006년 29세에 하원 의원이 됐고, 2008년에는 당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내각의 청년부 장관이 되며 이탈리아 역사상 최연소(31세) 장관직에 올랐다.

멜로니는 최근 "파시즘은 지나간 역사"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MSI가 사용한 삼색(빨강·초록·하양) 불꽃 로고는 Fdl 로고에서도 계속 사용되고 있어 파시즘의 잔재는 여전히 남아 있다.

FDI는 지난 2018년 총선에서 득표율이 4%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 2019년 10월 동성 육아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한 연설이 리믹스 버전으로 편집돼 유튜브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은 것이 멜로니가 대중들로부터 부각받은 계기가 됐다.

멜로니는 당시 연설에서 "저는 여자이고, 엄마이고, 이탈리아인이고, 크리스천입니다"라고 외쳤다. 애초 이 리믹스는 성 소수자에게 적대적인 멜로니를 조롱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지만 오히려 그의 인지도를 높여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해 2월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거국 내각에 참여하 않고 유일한 야당으로 남았던 것도 이번 총선에서 빛을 발했다. 지난 정권에 불만인 유권자들은 멜로니를 마지막 남은 대안으로 인식한 것이다.

이번 총선 최종 투표율은 64%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저였던 2018년 총선의 73%보다 크게 하락한 것이다. 새 국회 개원일은 10월 13일이다. 이에 따라 1946년 이후 68번째가 될 차기 정부는 아무리 일러도 10월 말에 구성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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