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점령지 합병투표 압도적 ‘찬성’…서방 "인정 안할 것"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09.28 13:14
Vote count in referendum on accession of Donetsk People's Republic to Russia

▲도네츠크 지역의 러시아 영토편입 주민투표 개표 현장(사진=타스/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의 러시아 영토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가 압도적 찬성률로 가결됐다. 이번 결과에 따라 러시아는 이들 지역의 영토 편입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합병할 경우 2014년 일찌감치 강제병합한 크림반도와 합쳐 새로운 연방관구를 구성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의 러시아 영토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가 27일(현지시간) 오후 종료됐다. 이번 투표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및 루한스크(러시아명 루간스크)주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남부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 등 4개 지역에서 지난 23일부터 닷새간 치러졌다.

잠정 집계된 지역별 찬성률은 DPR 99.23%, LPR 98.42%, 자포리자 93.11%, 헤르손 87.05% 등 순이었다. 최종 결과는 앞으로 5일 내 확정된다.

러시아는 개표 결과 영토 편입안이 가결되는 대로 후속 절차를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도 투표부터 영토병합 문서 최종 서명까지 모든 절차를 완료하는 데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영국 국방부는 "푸틴 대통령이 오는 30일 러시아 의회에서 상·하원 연설이 예정돼 있다"며 "이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점령지의 러시아 연방 가입을 공식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이 이날 밤 합병안을 발의하고 28일 이를 의결한 뒤, 29일 상원이 이를 승인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이날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은 다음 달 4일 공식적인 영토 합병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정확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합병하면 크림반도까지 묶어 크림 연방관구를 구성할 수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러시아 일간지 베도모스티는 러시아 의회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정부가 ‘크림 연방관구’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베도모스티는 크림 연방관구를 관할할 전권대표로 강경 국수주의자로 알려진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전 사장이 거론된다고 전했다.

Russia Ukraine

▲러시아 영토편입 주민투표에 참여한 마리우폴 시민(사진=AP/연합)

러시아는 이번 투표를 통한 영토 합병 이후 전쟁의 성격이 바뀌게 될 것임을 예고했다.

핵심은 지금까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계 주민을 보호한다는 ‘특별 군사 작전’을 벌여왔다면, 앞으로는 자국 영토에 대한 침공을 방어하기 위한 사실상의 전쟁을 치르게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러시아는 영토 보전이 위협받을 경우 모든 자위력을 쓸 수 있다는 핵무기 사용 원칙도 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동원령을 발표하면서 "국가와 국민 방어를 위해 분명히 모든 수단을 쓸 것"이라며 "이는 허풍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은 이번 투표를 ‘가짜 투표’로 규정하고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미국은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에서 규탄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결의를 추진키로 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날 오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미국은 러시아가 차지하거나 병합하려고 시도하는 어떠한 영토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짜 주민투표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상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스크바가 가짜 주민투표의 결과를 미리 정해놨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면서 "만약 이러한 투표 결과가 받아들여진다면 닫을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안보리 화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를 겨냥한 규탄 메시지를 냈다.

그는 이번 투표를 "다른 나라의 영토를 훔치려는 시도"라며 러시아의 상임이사국 퇴출과 추가 대러시아 제재를 촉구했다.

그러나 당사국인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비토권을 보유한 상임이사국이기 때문에 미국이 제출할 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소집된 안보리 긴급회의에서도 러시아의 비토권 행사 탓에 미국이 제출한 규탄 결의안 채택이 무산됐다.

이를 의식한 듯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길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유엔총회에서 러시아를 향해 오해의 소지가 없는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며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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