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등 인프라 완성단계…보조금 없애도 팔린다
벤츠·BMW·폭스바겐 등 전시장은 온통 ‘전기차 신차’로 장식
기후위기 대응이 지구촌의 지상 과제로 등장하면서 글로벌 자동차산업이 친환경차 중심으로 급속히 전환하고 있다. 각국 정부와 제조사들은 친환차 시장 선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산업 생태계나 소비자 선호 등이 각각 다른 만큼 주요국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친환경차 정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전기차, 수소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하이브리드차 등 선택지도 다양하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자동차 강국’ 독일을 찾아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등 현지 기업들의 친환경차 전환 현주소와 전략을 알아보고 자동차 시장의 미래를 진단하는 ‘獨 친환경차 전환 현장을 가다’ 기획 시리즈를 진행한다. [편집자주]
[獨 친환경차 전환 현장을 가다①]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실험 끝나간다
[獨 친환경차 전환 현장을 가다②] 전기차 인프라 확충 속도···신차도 ‘봇물’
[獨 친환경차 전환 현장을 가다③] 현대차 전시장 가보니···아이오닉5 앞세워 존재감↑
▲독일 뮌헨 시내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소. |
[뮌헨(독일)=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내연기관차 시장에서 최고 기술력을 지니고 있는 독일이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충전 등 인프라 확충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제조사들은 경쟁력 있는 신모델들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내년부터 연방 정부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이 단계적으로 축소된다는 점은 시장 성장의 변수로 꼽힌다.
28일 업계와 독일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독일 완성차 시장은 반도체 대란 등 여파로 성장세가 주춤하지만 전기차 등록 대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독일 내 완성차 판매는 2020년 292만대에서 지난해 262만대로 10% 이상 줄었다. 이는 독일 통일 이후 최저 판매를 기록한 2010년(291만7000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다만 전기차는 수요가 급증하는 모양새다. 작년 기준 순수전기차 신규 등록대수는 약 36만대로 전년(19만4163대) 대비 83.3% 급증했다. 시장 점유율 역시 6.7%에서 13.6%로 뛰었다. 이는 전기차 전환이 비교적 빨랐던 우리나라와 비교해도 더 높은 성장률이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전년 대비 137.9% 성장한 성적(3만9714대)을 기록했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EU 소속 완성차 기업들은 평균 판매대수 기준 대당 연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최대 상한치(95g/km)를 지켜야하고, 작년부터 모든 신규 등록 차량에 이 규제가 적용됐다. 독일만 놓고 보면 지난해 1월부터 고배기량 차량에 일종의 ‘탄소세’를 적용한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연방정부가 최근 내놓은 보조금 삭감안은 향후 변수로 꼽힌다. 다만 각종 규제 탓에 전기차 성장세에는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오히려 보조금 삭감안을 통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PEHV) 지원금을 없애면서 순수전기차로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기차 보조금을 차량 가격에 따라 차등을 두고, 그 액수도 줄인다는 게 독일 연방정부의 구상이다. 2024년부터는 4만5000유로(약 6200만원) 미만 차량에만 최대 3000유로(약 410만원)의 보조금을 줄 방침이다. 계획된 예산을 소진할 경우에는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다. 올해는 4만유로(약 5500만원) 미만에 최대 6000유로(약820만원), 4만~6만5000유로(약 5500만~8900만원) 차량에 최대 5000유로(약 68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대신 인프라 확충에는 계속해서 힘을 주는 모습이다. 독일 연방정부는 전기차 100만대당 적정 충전시 수가 일반 7만기, 급속 7000기 수준이라고 계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 지원 계획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의 2019년도 자료를 보면 전기차 충전기는 단독주택 차고, 연립주택·아파트 주차장, 회사 주차장 등 대부분 개별 공간에 85%가 설치돼 있다. 공동 시설 내 인프라 확충 여지가 많은 만큼 정부 의지대로 충전소를 늘릴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 가능해 보인다.
▲독일 뮌헨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전시장. |
자동차 제조사들은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량생산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내연기관차에 버금가는 기술력을 확보하겠다는 게 이들의 전략이다. BMW, 폭스바겐 등이 스웨덴 배터리 제조기업 노스볼트(Northvolt)와 투자·공급 계약을 맺은 사례다 대표적이다. 폭스바겐그룹은 조 단위 투자를 통해 전기차 라인을 꾸준히 늘려나가고 있다. 벤츠와 BMW는 전기차 전용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전세계 시장에 신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벤츠는 ‘EQ‘, BMW는 ’I’, 폭스바겐은 ‘ID‘ 등 전기차 전용 브랜드도 운영 중이다.
이들은 신차를 쏟아내며 자국 내 전기차 영토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올해 5월 기준 독일 연방 자동차청에 등록된 전기차를 살펴보면 폭스바겐이 12만6228대로 점유율 20.74%를 차지했다. 폭스바겐 전기차 등록 대수는 2020년 1만9378대, 작년 6만2225대 등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같은 기간 스마트와 BMW의 전기차도 각각 2만1923대에서 5만7028대, 1만6756대에서 4만4873대로 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Influence Map은 독일 자동차 제조기업들의 전체 생산 대비 무공해차 비율이 글로벌 기업 평균을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9년 기준 벤츠 56%, BMW 45%, 폭스바겐 43% 등을 달성해 스텔란티스(40%), 포드(36%), 르노(31%), GM(28%), 현대차(27%), 토요타(14%) 등을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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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에 있는 BMW 전시장 내부. BMW는 뮌헨은 본거지로 둔 자동차 제조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