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여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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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여헌우 기자 |
한국 경제 곳곳에서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다. 무역수지가 6개월 연속 적자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만의 ‘사건’이다. 숫자를 보면 소름이 돋는다. 올해 들어 누적 적자만 288억8000만달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우리나라 무역적자가 4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206억2000만달러)의 2배가 넘는 규모다.
그럼에도 많은 경제주체들이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 우리나라 경제 체력 자체가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수출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거나 외환보유고가 넉넉하다는 점 등이 근거로 거론된다. 에너지 수입국 대부분이 적자를 내고 있다는 것을 보고 안도하는 사람도 있다. 무역에서 손해를 봐도 경상수지가 누적 흑자를 기록할 테니 걱정할 필요 없다는 말이 대통령 입에서 나온다.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글로벌 산업 생태계가 바뀌고 있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한국은 반도체, 석유제품, 자동차 등의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무역갈등이 고조되고 보호무역주의가 유행처럼 번지면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현대차는 차세대 먹거리인 전기차를 미국에서 대량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 기술력을 가진 것은 국가가 아니라 우리 기업들이다.
외환보유고 역시 한순간 바닥나도 이상하지 않다. 경제는 심리다. 단숨에 자산 시장이 붕괴할 수도 있다. 전세계 주요국에서 ‘경제 경고음’이 들려오는 것은 위안거리가 아니라 최대 변수다. 신흥국은 물론이고 일본, 영국, 이탈리아 등도 사면초가 상태다. 주요국에서 촉발된 위기가 전염병처럼 번진다면 가장 위험해지는 국가 중 하나가 한국이다. 우리가 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었는지 잊으면 안 된다.
국가·가계 부채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점도 간과하고 있다. 부채 시한폭탄이 터지면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다. 국가부채와 국가채무의 차이점조차 모르는 무능한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부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낮다는 것은 왜곡된 통계다. D2·D3 등 용어를 설명할 필요도 없다. 한국전력의 현재 처지를 보면 안다.
산업부는 "상황을 엄중히 보고 있다"며 무역적자 해소 방안을 적극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히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수준에서 해결책을 찾으면 안 된다. 기업, 가계, 정부를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만들 ‘묘수’를 고민해야 한다. 외환·금융위기 당시와 지금 상황이 다르다는 말은 이제 삼가는 게 좋다. 오빠가 하는 저 진부한 멘트보다도 가볍게 들린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