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위축에 수요 감소·강달러에 환차손
정유업계 "실적급감 예상…올해 흑자전환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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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정유업계가 올해 상반기 12조원 육박하는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웃지 못하고 있다. 정유사들의 실적 지표로 꼽히는 정제마진이 지난 2020년 9월 이후 2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데다 강달러에 주요 산유국의 감산 결정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이미 7월부터 실적 하락이 이어오고 있어 하반기 실적에 경고등이 켜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9월 셋째 주 기준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9월 둘째 주에 기록한 마이너스(-)0.1달러 이후 최저 수준이다. 통상적으로 정유 사업을 하는 데 드는 운영비, 인건비 등을 감안했을 때 정제마진이 4∼5달러, 많게는 6∼7달러는 돼야 손익분기점을 넘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말이 0달러이지, 통상적인 손익분기점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4∼5달러 수준이라는 의미"라며 "사실상 손해를 보고 있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정제마진 하락 요인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 지속과 석유 제품 수요 감소로 인한 국제유가 급락을 지목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두바이유는 지난 3월 배럴당 122.53달러까지 치솟다가 지난 23일 88.82달러로 급락했다. 서부텍사스유 또한 같은 기간 배럴당 130.50달러까지 올랐다가 79.74달러로 내려 앉았다.
유가 변동성이 커진 점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가가 급락할 경우 재고 평가 손실이 일어날 수 있어서다.
최근 원·달러 환율까지 1400원대를 넘어선 것도 부정적 요소다. 정유사들의 경우 자금 융통을 위해 원유 매입 대금을 일정 기간 유예했다가 추후 지급하는데, 이때 환율은 지급 시점 기준으로 적용한다. 만약 과거 매입한 원유에 대한 비용을 현재 지불하게 된다면 ‘킹달러’라 불리는 시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꼴이다.
정유업계는 하반기 전망에 대해 "상반기 수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로 수준의 정제마진에다가 고환율, 주요 산유국의 감산 소식 등 부정적 요인이 다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 하락도 문제지만 국제 경기침체와 달러 강세 등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며 "최근엔 산유국들이 대규모 감산을 결정했다. 겨울철 수요가 늘어났을 시 국제유가가 다시 한번 오르면 이를 매입하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는 하루 200만 배럴의 원유 감산을 결정했다.
그러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하반기 실적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상반기에는 크게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유업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 부족에 수요 증가까지 더해지면서 이례적으로 정제마진이 급등했다. 6월 넷째 주만 해도 정제마진은 29.5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 강세로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상반기에만 12조3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냈다.
금융투자업계도 정유사들의 하반기 실적 전망치를 내려 잡고 있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하반기 영업이익 합계액이 상반기보다 43% 감소한 3조987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