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국감 도마 온실가스 배출권 제도…전문가에 개편방향 들어보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0.12 16:52

"배출권 기업 유·무상 할당 비율 조정 떠나 온실가스 실질 감축 효과 거둘 제도 필요"



"기업별 배출권 할당 총량 줄이거나 유상할당 수익금 온실가스 감축 보조금 사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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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직원이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현황을 지켜보고 있다. 한국거래소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정부 주도로 운영되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를 기업 부담 완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또 배출권 거래로 얻은 정부 수익금을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지원하는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는 최근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돈을 받고 배출권을 나눠주는 정부의 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과 대조된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을 높이면 기업의 부담을 늘릴 뿐 배출권 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인 온실가스를 전반적으로 줄이는 효과가 크지 않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기업별 온실가스 배출권 총량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온실가스 배출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정부가 배출권 유상 할당을 통해 기업으로부터 들인 수익을 재원으로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투자를 지원하는 방안 마련의 필요성도 지적됐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는 해마다 기업별로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양을 할당한 뒤 초과하거나 모자랄 경우 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는 제도다.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는 △1기(2015∼2017년) △2기(2018∼2020년) △3기(2021∼2025년) 등 총 3개 계획기간으로 설계됐다.

현재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 대부분은 정부가 무상으로 할당하고 있다. 지난해 3기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면서 할당의무 업체와 유상할당 물량도 직전 2기 3%에서 10%로 확대됐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당초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도록 100t을 할당받았다면 이 중 90t에 대해서만 기존대로 정부에서 할당이 이뤄지고 유상할당량 10%에 해당하는 10t은 경매를 통해 직접 사거나 팔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유상할당비율을 늘리면 기업의 녹색전환을 이전보다 강제할 수는 있지만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게 궁극적인 목표이기 때문에 할당총량 경로에 따라 총 배출량을 늘이는 방식으로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 유상할당 비중을 높일 경우 정부가 벌어들인 경매 수익금을 감축활동에 투자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탄소차액계약제도를 도입해 정부가 배출권 거래로 얻은 수익을 기업의 감축활동에 지원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나온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12일 "현행 제도에선 기업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권을 100% 무상으로 할당받든, 유상할당으로 할당받든 할당 총량 만큼만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나머지를 감축해야 한다"며 "배제도 자체가 배출 총량 자체를 감축하는 게 목표인데 유상이든 무상이든 비율을 조정하는 것은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축소 효과는 내지 못하면서 기업의 비용만 늘릴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유상할당 비율이 높수록 수익성 악화 부담이 있으니 강제로 업종을 전환하거나 사업을 전환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총 온실가스 할당량을 서서히 줄여나가는 게 기업의 구조조정 없이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궁극적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유·무상할당 방식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무상할당으로만 배출권을 거래해도 기업에 전환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예를 들어 특정 기업의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이 100t인 경우 정부가 이 기업에 50t만 배출권을 할당하면서 모두 무상으로 나눠주면 이 경우도 무상할당 100%에 해당한다"며 "무작정 배출권 유상할당 비중만 높이자는 건 표면적인 할당의 대가성에만 치중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유상할당 비율을 높이더라도 정부가 배출권 거래로 얻은 수익금을 단순 환경개선 경비 대신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투자 지원금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최근 환경부 국감 제출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019~2021년 배출권을 기업에 유상할당해 얻은 수입규모가 7746억5000만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정부 수입이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위기 대응에 직접적으로 쓰이기보다는 환경개선특별회계에 편입된 것으로 지적됐다. 기업으로부터 거둔 배출권 유상할당 수입금이 온실가스 감축에 제대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전문 컨설팅 기업인 ‘나무이엔알’(NAMU EnR)의 김태선 대표는 "유상할당 비중을 높일 경우 정부가 유상거래로 얻은 수입을 다시 기업의 감축활동에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탄소차액계약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차액계약제도(CCfDs)는 정부와 기업이 탄소가격을 보장하는 계약을 맺고 배출권 거래 가격이 일정 선 아래로 내려오면 정부가 그 차액을 기업에 지원하는 제도다. 구체적으로 온실가스 1톤을 줄이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시장의 배출권 거래 가격보다 높을 땐 그 차액을 유상배출권 할당 수익으로 보전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선 온실가스 감축 비용이 배출권 시장 가격보다 낮으면 온실가스 감축 직접 투자에 자발적으로 적극 나서는 반면 시장 가격보다 높으면 직접 투자보다는 시장에선 배출권을 사오게 돼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낼 수 없다고 김태선 대표는 설명했다.

김태선 대표는 "국내 배출권 시장 상황을 살펴보면 탄소차액계약제도를 도입한 뒤 유상 경매 수익금으로 지원금 재원을 마련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이 제도가 잘 정착이 되면 유상할당비중이 높아지더라도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벌일 때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기 때문에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단순히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기준을 맞추려고 할당량을 줄이거나 단순히 기업에 전환 강제성을 부여하기 위해 유상할당을 높이자고 접근하는 게 아니다"라며 "지금 국정감사에서 지적이 나오는 내용들은 유럽에서도 배출권 제도 도입 후 과도기 때 겪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상할당으로 제도를 운영했기 때문에 기업들이 오히려 수익이 생겼다는 지적은 유럽에서도 배출권 거래 제도 도입 초반에 일어났던 상황"이라며 "그래서 무상할당 위주의 거래 시장이 어느 정도 정착을 하고 난 뒤 유상할당비중을 높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상할당비중을 높이면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건 맞다"며 "유럽도 그런 과정을 거쳐서 유상 비중을 높이고 그 수익금으로 탄소차액계약제도를 운영하면서 유상거래로 얻은 수익이 기업의 감축활동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4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감에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유상할당비율을 두고 지적이 잇따랐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지난해 온실가스 다배출 상위 30개 기업의 배출권 할당 현황 자료에 따르면 배출량 상위 30개 기업은 총 배출량의 94%(3억9885만t)를 무상으로 배출했다"고 지적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철강3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국내 배출량의 16%인데도 정부는 철강산업에 배출권을 무상할당하고 있다"며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을 확대해야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무역에서 수출기업의 피해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무상할당은 감축여부와 상관없이 재원이 정부로 가느냐 기업에 남느냐 차이이기 때문에 단순히 ‘누가 배출권 거래로 돈을 많이 벌었느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온실가스 감축여부라는 큰 그림을 봐야 한다는 뜻이다.


claudia@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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