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5% 넘으면 금리 인상 기조 필요"
"원화 평가 절하 금융안정에 영향"
"미 FOMC 보지만 기계적 인상은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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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한국은행이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종 기준금리를 연 3.5%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단 11월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크다며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한은은 12일 지난 7월에 이어 석 달 만에 추가 빅스텝을 밟으며 기준금리를 연 3%까지 높였다. 이 총재는 고물가와 고환율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한미간 금리 역전이 큰 폭으로 지속되면 금융시장 위험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정책대응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5% 이상 높은 물가, 고환율 등 고려"
한은은 이날 서울 중구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았다. 지난 7월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을 단행한 데 이어 석 달만이다. 4·5·7·8월에 이어 다섯 번째 연속 기준금리를 높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0.5%까지 낮춘 후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높이면서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작했다. 이후 약 1년 2개월 동안 총 2.5%포인트 기준금리를 높였다.
한은은 지난 7월 사상 처음 빅스텝을 단행한 후 기준금리 0.25%포인트 점진적 인상이란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예고지침)를 제시했지만 지속된 고물가·고환율과 한미 기준금리 역전 등 부담되는 상황이 이어지자 또 다시 빅스텝이란 강수를 뒀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5.6%로 5%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1년간 물가상승률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 또한 4.2%로 7월 역대 최고치(4.7%) 이후 석 달 연속 4%대를 보이고 있다. 이 총재는 그동안 5% 이상의 고물가가 유지되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는데, 이날도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 이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5%대의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면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더 나쁜 결과를 일으킬 수 있어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고 했다.
1400원을 넘는 높은 환율도 빅스텝의 결정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이 올라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이 높아져 물가가 예상보다 더 오랜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원화 평가 절차 자체가 여러 경로를 통해 금융안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금리가 역전된 상황도 고려했다. 한미 금리 역전이 큰 폭으로 장기화되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환율이 올라 원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 미국 정책금리는 연 3∼3.25%로 한국 기준금리보다 상단이 0.25%포인트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정책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를 보면 올해 말 미국 금리 수준은 4.4%다. 이에 따라 11월과 12월 연준이 FOMC에서 자이언트스텝과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나오는데, 이 경우 미국 정책금리는 연 4.25∼4.5%까지 높아진다.
단 이 총재는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을 한은이 기계적으로 따라가지는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미국 금리인상과 한국의 금리인상이 1대1로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과 금리차로 인한 영향 등을 보는데, 환율이 변하고 물가와 금융안정에 리스크가 생기면 그런 것들을 고려해 금통위원들이 금리 변화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 "물가 상승 1% 이상 낮춰…내년 성장률 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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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발언하고 있다. |
이 총재는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총 2.5%포인트 높인 영향을 계량 분석한 결과 내년 상반기까지 물가를 1% 이상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빅스텝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전후로 낮춰, 내년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인 2.1%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빅스텝으로 이자부담은 가계와 기업을 합해 12조2000억원 늘어나고, 가계부채 성장 속도는 1% 정도 둔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최종 금리는 3.5% 수준으로 이 총재는 전망했다. 그는 "시장에서 최종 금리를 3.5% 수준으로 보는 것에 대해 다수의 금통위원들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견해를 가지고 있다"면서도 "이보다 낮게 보는 위원들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날 주상영 위원과 신성환 위원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높여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제시한 만큼 11월 빅스텝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이 총재는 "11월 FOMC 스탠스 등을 봐야 한다"며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가져가되, 워낙 불확실성이 심한 상황이라 금리 인상 폭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으로 취약차주 부담이 커지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와 한은이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재정을 너무 많이 풀면 긴축 기조가 사라져 영국이 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며 "재정은 기본적으로 긴축 기조로 가면서 어려운 계층을 위한 타깃 지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한은과) 정책 공조가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