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재 수입 증가에 고환율까지"… 철강업계 깊어지는 '한숨'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0.13 15:34

中·日 후판 수입 증가… 국내 후판 시장에 악영향 우려



고환율에 원가부담 상승, 경기 침체에 수출길도 막막

제철

▲철강사들이 연이은 악재에 하반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진=포스코


[에너지경제신문 이승주 기자] 국내 철강 공급이 불안정한 가운데 비교적 값싼 중국·일본산 철강재 수입 증가와 고환율 등 연이은 악재에 철강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태풍으로 인한 포스코 포항제철소 압연라인 침수 피해, 현대제철 소속 금속노조 파업 등 내부적인 리스크에 더해 고환율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까지 이어지며 하반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13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58만t으로 전년 대비 77.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산 후판도 81만7000t 수입됐다. 이는 전년 대비 78.9% 증가한 수치다.

최근 대·내외적인 리스크에 철강 제품 수급이 불안정할 것이라는 우려에 국내 조선, 건설사들의 공급망 다양화 시도가 이어졌고, 이 같은 결과가 도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중국 등 저렴한 수입산 후판이 국내에 대규모로 풀리게 되면 국내 철강사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간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은 높은 제품성과 운송상 편리함을 인정 받아 비교적 비싼 가격에도 그 수요를 유지해 왔지만, 중국산 후판 값은 국내 철강사 대비 25%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두께 6mm 이상의 철판인 후판은 선박 건조 비용(총원가)의 20%에 달하는 조선 산업 핵심 원자재다. 조선업계에서는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기술력을 필두로 세계 1위를 질주, 슈퍼사이클에 돌입해 후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후판 총생산량(1100만t) 중 절반을 차지하는 포항제철소(530만t)가 가동을 멈추자 저렴한 수입산 철강재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금속노조 현대제철 지회의 파업과 맞닥뜨렸다. 당진, 당진 하이스코, 인천, 포항 등 현대제철 4개 지회는 올해 임단협 교섭을 빌미로 지난달 24일부터 하루 8시간 게릴라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당진제철소는 국내 총 생산의 30%에 이르는 250만t 규모의 후판을 생산하는 거점이다.

고환율 상황도 철강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철강업계는 필수 원재료인 철광석부터 석탄을 해외로부터 수입하기에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철강 수요도 줄었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반 제조업은 수혜를 보는데, 수출길은 막히고 국내에는 값싼 수입산 철강재가 들어오는 상황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환율 초반만 하더라도 제품 수출 시 벌어들인 외화로 원재료를 구입하는 내추럴헷지(Natural Hedge) 방식으로 어느 정도 대처가 가능했다"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세계적으로 철강 제품 수요가 줄어 이 또한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하반기 실적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lsj@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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