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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저지주에서 사람들이 원숭이두창 백신 접종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사진=AP/연합) |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의 원숭이두창 감염 건수는 지난 8월 정점을 찍은 후 지난 12일 85% 이상 감소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글로벌 감염 사례 7만 2000여 건 중 확인된 사망 사례는 28건 수준이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원숭이두창 감염 건수가 급등하자 전 세계는 공포에 휩싸였다. 원숭이두창 감염자가 세계에서 한달 만에 5배 가량 급등하자 WHO는 PHEIC를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원숭이두창의 확산세가 쪼그라든 이유는 뭘까.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최소 유럽과 미국에서 백신 보급과 함께 사람들의 행동 변화가 확산을 통제했다"고 밝혔다. 유럽과 미국이 원숭이두창 발병의 진원지로 거론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달 남성과 성관계를 하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결과 응답자 중 절반 가량은 성관계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 뉴욕타임스도(NYT) 백신 보급과 함께 바이러스 확산의 주요 경로로 지목된 성소수자 남성들의 성관계가 줄어든 점을 감소 원인으로 꼽았다.
발병 초기 미국은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 확산 때처럼 악화할 것을 우려해 성관계 자제를 권고하는 데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다 지난 7월 WHO가 남성들에게 성적 파트너를 줄일 것을 당부했고, CDC와 뉴욕 보건 당국도 이를 수용했다.
미국은 성소수자 남성을 대상으로 백신을 집중적으로 보급했고, 성소수자들도 당국의 권고에 따라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성관계를 자제했다는 것이다.
특히 원숭이두창은 지난 6월 ‘성소수자(LGBTQ) 자긍심의 달(Pride Month)’ 이후 광범위하게 확산했는데, 축제가 끝나면서 원숭이두창 확산세도 줄어들었다고 NYT는 분석했다.
원숭이두창이 밀접 접촉을 통해서만 감염된다는 점도 확산세가 오래 가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언급됐다. 공기 중 전파되는 코로나19에 비해 전염력이 떨어지는 자기제한적인 특성을 가져 대규모 확산까지 이어지진 않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원숭이두창 종식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성관계를 통해서 감염되기 때문에 사람들의 행동에 따라 확산세가 좌우된다는 것이다.
미 조지아 주립대학교의 제라도 초웰 푸엔테 전염병학자는 "원숭이두창을 통제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인구의 행동에 따라 크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컬럼비아대학교 제시카 저스트맨 전염병 전문가는 "미국과 유럽의 감소 추이는 고무적이지만 위험이 지나갔다고 사람들이 인지하는 순간 원숭이두창 리스크를 높이는 행동들이 증가해 바이러스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모든 것은 제 자리에 있지 않고 항상 진화한다"고 말했다.
NYT 역시 사람들이 백신을 맞지 않거나 또 다른 대규모 축제가 벌어질 땐 원숭이두창이 언제든 다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원숭이두창 발병 사례가 처음 확인된 아프리카에서는 여전히 주기적으로 감염 사례가 나오고 있다. 네이처는 "나이지리아의 경우 지난 9월에 주간 감염자가 56명으로 늘어나는 등 확산이 시작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