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째 재산권 침해…끝내 공원 등산로 폐쇄 ‘초강수’
토지주들, 정부에 전체수용 토지보상 간절히 호소
지자체 재정 부족…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도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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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사당동 까치산공원 등산로 입구 폐쇄 현장. 사진=김준현 기자 |
17일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 까치산공원 일부를 소유하고 있는 60대 A씨 한숨이 깊다. 공원 내 토지들이 40년간 묶였다가 최근 해제됐는데 서울시가 또 공원구역으로 지정하고 보상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체수용 토지보상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참다못한 까치산공원 약 3000여명의 토지주들이 등산로 폐쇄라는 초강수를 던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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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산공원 종합안내도. 사진=김준현 기자 |
이날 찾은 까치산공원 등산로 입구는 서울지하철 7호선 남성역 2번출구에서 15분을 걸어가면 만날 수 있다. 등산로 옆 동작구 사당동 삼호그린아파트가 있는데 이 등산로를 넘으면 바로 관악구 봉천동으로 넘어간다. 이 구간이 모두 폐쇄된 것이다.
특히 봉천동 일대는 관악푸르지오아파트, 관악우성아파트, 관악월드메르디앙아파트 등 대단지들이 있어 오히려 여기 주민들이 까치산공원을 이용하는데 불편을 더 겪고 있었다.
지나가던 주민은 까치산공원이 당연하게 정부 소유인 줄 알았다가 사유재산이었다는 것에 당황한 모양새다. 본지가 직접 동작구청 공원녹지과에 민원을 넣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사유지이기에 강제 명령을 내릴 수 없다. 최근 민원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관계 소유주들과 펜스 철거를 지속 협상 중이다"는 말뿐이다.
사당동 지역을 잘 아는 익명을 요청한 부동산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까치산공원은 사당동 산32번지 일원에 위치하며 공원으로 결정된 면적이 37만54㎡에 달한다.
그러나 본래 이 공원은 전부터 아파트 개발설이 돌면서 필지 당 소유자가 수십 명에 달하는 등 소유권이 공유지분으로 나눠져 있었다. 토지면적 24만4597㎡(약 7만991평)로 약 3000명이 이 땅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
앞서 서울시는 등산로나 둘레길 등 시민 이용편의상 매입한 땅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토지보상에 큰 난항을 겪어왔다. 직접 입수한 서울시지방토지수용위원회의 지난 5월 토지수용 재결서를 보면 토지주가 신청한 적정 보상가 대부분이 서울시에서 책정한 평당 가격에 부합하지 않음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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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말죽거리공원에도 산책로 주변 출입금지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연합뉴스. |
서울시는 공원 면적 감소를 막고자 지역 내 공원일몰제 직전 68개소(면적 6922만2532㎡)를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도시자연공원구역은 도시계획시설이 아닌 만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분류돼 일몰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토지주들에게 의무적으로 보상할 것도 없고 공원도 계속 유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지자체가 공원 지키기보단 재정이 부족해 이렇게 묶어만 놓고 대책은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이를 제대로 보상받으려면 토지주들이 소송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본래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에 의한 재산권 침해는 까치산공원만의 문제가 아니었기에 선례가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초구 말죽거리공원 토지주들이 소송을 제기한 적 있다. 이 지역 토지주들도 지난 2020년 7월 주변 산책로 출입을 금지시켰다. 또 △서초구 서리풀근린공원 △강서구 봉제산근린공원 △서대문구 안산근린공원 △도봉구 쌍문근리공원, 초안산근린공원 △관악구 관악산도시자연공원 등에서도 줄줄이 서울시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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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지방선거 당시 사당제5동주민센터 인근 사거리에서 토지소유주들이 집회 펼치기도 했다. 사진=김준현 기자 |
소송은 재정이 부족해 토지보상조차 제대로 못 하는 지자체나 만만치 않은 소송비용을 준비해야 하는 토지주에게나 모두 힘든 과정이다.
특히 지난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공원 보상 현황’ 자료에 따르면 남은 면적(39만3000㎡) 대한 보상액이 현재 기준으로 7205억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 재정부담을 우려하게 한다.
차라리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을 통해 민간이 10~20%를 공공임대를 비롯한 공동주택을 개발하고 나머진 기부채납으로 공원을 조성하는 방안이 해결책이라는 것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서울시는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은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을 법률상 금지하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지난달 충북 청주시 홍골근린공원이 환경영향평가 미이행으로 법원에서 사업 취소 결정을 받다가 법률 해석을 통해 재차 민간조성 기회를 얻기도 했다.
현재 까치산공원이 수풀이 우거지고 말라죽은 고사목과 감염 의심목 다수 발생지역이자 불법 건축물과 생활쓰레기 투기 등으로 오염과 악취가 주민들을 괴롭힌다는 민원이 제기되는 만큼 이 지역도 향후 새로운 법률 해석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kjh123@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