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칼럼] 핵무기 없이 北 핵위협 막을 수 있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0.17 10:20

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이상호교수

▲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북한은 최근 국가 핵전략 정책을 법제화하면서 한국에 대한 선제 핵 공격을 명시하여 위협을 노골화했다. 이후 다수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하였고 곧 7차 핵실험도 감행할 것으로 판단되는 상황이다. 한국은 북한 핵무기 대응을 위해 미국 전술핵 상시 배치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 대북 억제력 강화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본격적인 핵무기 경쟁이 시작될 수 있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 핵무기와 핵 억제력 관련 효용성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과연 전쟁에서 핵무기 사용이 가능한가라는 딜레마 문제다. 지난 70여 년간 발전해 온 핵전략은 미국과 소련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두뇌와 논리적 분석 능력을 갖춘 천재급 인물들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들이 다년간의 경험과 고뇌를 통해 심사숙고하여 내린 결론은 핵무기는 무기로서의 효용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핵무기는 사용하기 위해 만든 무기가 아니라 사용하지 않으려고 만든 무기다. 핵보유국 사이 전쟁에서 핵무기가 사용된다면 그 가공할 파괴력 때문에 결국 지구 종말 상황을 맞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무기의 효용은 ‘너 죽고 나 죽는다’라는 핵보유국 간 확증 파괴 능력 기반 상호 억제에 있다. 핵무기 보유 국가 사이 전쟁은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핵무기는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게 단 두 차례 사용되었고 이것이 일본의 항복과 2차 대전의 종식을 앞당겼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핵무기의 가공할 파괴력에 매료된 미국이 크고 작은 모든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전략을 고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련과 중국이 핵보유국이 되면서 생각을 접게 된다.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소련과 중국도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전술핵은 핵보유국 간 전쟁에서 제한된 지역에 제한적인 군사 목표를 대상으로 사용하여 대규모 핵 보복을 회피하는 대안으로 고려된 꼼수이다. 사용할 수 없는 무기를 그래도 사용해 보겠다고 활용 방안을 고심하던 중 도출된 자가당착적 결과물이다. 전술 핵무기는 적국 대도시 및 수도 등 국가적 목표를 타격하여 인구를 대량 살상하는 전략 핵무기와 다른 것으로 확실한 통제력을 가지고 제한적으로 사용한다면 핵전쟁의 단계적 확대(escalation) 과정에서 최악의 결과를 충분히 피할 수 있다는 희망적 사고의 결과물이다.

만약 핵전쟁이 단계적으로 확대되면서 통제가 가능했다면 이미 여러 번 핵전쟁이 일어났을 것이다. 핵은 전술핵이든 전략핵이든 다 사용하지 못하는 무기다. 어떻게든 지구 종말적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핵보유국이나 핵전략을 발전시킨 천재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지금까지 한 번도 핵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이다.

문제는 이 구도가 핵보유국에만 유효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핵 미보유국은 핵보유국과 전쟁에서 핵 공격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없다. 북한과 같이 핵 선제공격을 법제화할 정도로 노골화한 경우 한국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핵이 없는 쪽이 아무리 강력한 재래식 전력을 보유했어도 핵 공격에 대한 효과적인 방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서로 강력한 무력으로 견제하여 전쟁을 예방한다는 전통적인 억제개념이 성사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핵은 사용할 수 없는 무기지만 만약 사용할 경우 핵 미보유국은 국가 붕괴 상황을 맞을 것이다. 핵보유국의 핵 협박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은 한국에게 확장 억제력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 대신 북한에 핵 공격을 한 결과 북한의 보복을 받아 미국의 주요 도시들이 불바다가 되는 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그럼 대안은 무엇인가. 가장 확실한 대책은 한국 자체 핵무기 개발이다. 한국이 의지만 있으면 신속한 핵무기 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등 외교적으로 매우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함은 물론 한미동맹 파탄과 국제 제재 등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것이다.

다음 대안으로는 미국 전술핵의 한국 배치와 한미 전술핵 공동 운용이다. 전술핵도 충분히 전략적 억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시행되고 있는 방식이다. 한국이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다. 이와 함께 미국이 한국의 핵연료 주기 완성을 허용하여 제한적인 핵 개발추진이 가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하겠다는 신호를 줘 북한의 핵 도발을 제한하는 수단이다.

핵무기는 있어도 문제, 없어도 문제인 애물단지이며 영원히 극복하기 힘든 딜레마다. 핵 시대 가장 확실한 억제력은 핵 기반 억제력이다. 한미 양국은 전술핵을 배치하고 북한에 대한 핵 보복 개념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공개하고 한국의 잠재적 핵 보유를 인정하여 북한의 핵 도발을 궁극적으로 억제하는 의지를 확고히 보여주는 것이 제한적이나마 현재의 핵 딜레마 해소를 위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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