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1기 신도시' 재구조화 순항하려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0.19 10:04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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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


1기 신도시 개편의 닻이 올랐다.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민관합동 전담조직(TF)을 구성했다. 1기 신도시 지자체장과 협력방안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지자체별 총괄기획가(MP, Master Planer)도 임명했다. 2024년까지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선도지구를 지정한다.

과거 1기 신도시 계획 경험을 떠올려보면 상당히 빠른 속도다. 재개발·재건축 진행과정을 반추해보더라도 그렇다. 정비기본계획 수립, 정비예정구역 지정, 정비사업 진행 과정은 수년이 걸린다. 2년안에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선도지구까지 지정하려면 상당한 속도전이 불가피하다. 지역의 거센 요구가 크게 작용한 결과다. 그런 만큼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긴밀한 협력체계가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1기 신도시는 민관합동 전담조직(TF)의 정례적인 회의를 통해 ‘신도시 정비기본방침’을 마련한다. 지자체는 별도의 ‘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한다. 짧은 기간 내에 내실 있는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기 위해 정부가 선택한 것은 ‘신도시 정비기본방침’과 지자체별 ‘정비기본계획’을 함께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관련 법안도 내년 2월까지 발의할 계획을 두고 있다.

특히 마스터플랜이 마련되는 2024년경에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도 지정된다. 노후도, 주민불편, 모범사례 확산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과거 신도시계획을 하면서 추진했던 시범지구와 비슷한 성격이다.

1기 신도시 재구조화 호가 순항하려면 무엇보다 정부·지자체·주민의 소통 협력체계가 중요하다. 지역의 충분한 의견수렴과 그에 따른 실질적인 조치가 빠르게 진행되어야 한다. 국토교통부 장관과 지자체장의 간담회, 주민설명회 개최, 총괄기획가 위촉이 이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특히 지자체별 총괄기획가는 정부·지자체·주민 간 소통창구로서 마스터플랜에 주민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새로이 도입되는 기능과 역할이다.

다양한 이해를 가진 지역주민을 참여시키고 의견을 조율해 나아가는 것이 1기 신도시 재구조화 과정에서 핵심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에 위촉된 총괄기획가에 거는 기대가 크다.

우리나라 도시개발 역사 속에서 1기 신도시가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만성적인 주택부족으로 1990년에 아파트값이 32.3%(서울 38%)까지 치솟았다. 살인적인 집값 폭등은 근로자의 삶 자체를 위협했다. 집값 불안을 안정시키고 서민주택 공급을 서둘러야 했던 정부는 ‘주택 200만호 건설 : 5개 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1기 신도시는 그렇게 탄생했다. 5개 1기 신도시 건설을 통해서 약 29만 2천호(수용인구 약 117만 명)의 주택이 공급됐다. 당시 수도권에서 공급하려고 했던 물량(90만호)의 33%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이였다.

신도시가 건설되면서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은 안정되었다. 그렇게 공급된 1기 신도시가 지어진지 30년이 도래되면서 낡은 주택과 불편해진 주거환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택과 기반시설의 노후화, 주차난과 층간소음 등 안전과 주거환경이 취약하다. 이에 지역주민들의 재정비 요구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는 도시를 떠나고 있다.

한 때 서울 인구 분산효과도 있었던 1기 신도시는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그 역할이 미약해졌다. 불편해진 생활로 신도시 인구가 다시 서울로 회귀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에 필요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방편으로 1기 신도시 재정비 논의가 시작되었지만, 1기 신도시의 재구조화는 서울 인구 분산과 오래된 노후도시의 개조 선례로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다.

30년전 1기 신도시 건설은 역사였다. 30년이 지난 지금 1기 신도시 재구조화도 역사다. 역사에 걸맞도록 역풍보다 순풍의 힘으로 함께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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