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원자재법, 전략적 핵심원자재 지정 관련 밸류체인 강화
산업계, 늑장대응으로 제2 IRA될 수도…발 빠른 대책 마련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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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사진=AFP/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산업계가 최근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사한 원자재법(RMA) 추진에 나서자 촉각을 세우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킹달러’ 바람까지 불다 보니 자칫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의 수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는 혹시 모를 산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전방위로 선제적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9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EU가 원자재법 이해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히면서 우리 주요기업들 역시 긴장하는 분위기다. EU는 다음 달 25일까지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 관련 초안은 내년 1분기 중에 공개할 전망이다.
EU 원자재법은 전략적 핵심 원자재를 지정해 관련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공급망 조기 경보 시스템과 공급망 개발 기금을 조성해 위기 대응 역량을 개선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EU는 이 원자재법으로 역내·외 전략 프로젝트 식별, 자금·인허가 절차 지원, 공급망 개발 기금 조성 등을 통해 공급망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전략적 비축 투명성 제고, 환경 등 관련 표준 개발 노력 등도 병행할 방침이다.
EU가 RMA 도입에 강드라이브를 건 배경엔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등으로 경제안보 위기감이 확산한 탓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미국을 비롯해 유럽 일부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나선 바 있다.
EU의 움직임이 전해지면서 우리 산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얼마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통과로 우리 완성차업계 등은 예기치 못한 암초에 부딪혔다. IRA는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 등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배터리의 핵심광물 40%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에서 채굴·가공돼야 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일부 기업들로서는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 EU가 원자재법을 도입할 경우, 제2의 IRA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제조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나 기업들도 유럽 원자재법 추이에 대해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겠으나, 될 수 있으면 우리 기업들에 불리한 내용이 담기지 않도록 관련 대책이 선제적으로 나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현재 ‘유럽이 원자재법을 도입할 예정’이라는 것만 나와 있는 상태다 보니 이를 두고 우리 산업계의 영향을 단정 지을 수 없다"며 "다만 IRA와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관련 기업들에 부담은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도 EU의 RMA가 미국의 IRA와 유사하게 작동할 경우를 염두에 뒀을 때, 결과적으로 국내 관련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에 윤창현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은 전날 "RMA가 국제규범에 맞고 우리 기업에 차별적인 요소 없이 설계되도록 초기 단계부터 민관의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산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는 한편 EU와 이와 관련해 협의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당장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 교수는 "(유럽연합은) 워낙 다양한 의견을 내는 곳이라, 지금 당장 염려할 필요는 없다"며 "개별 회원국에서 목소리가 세게 나온다고 해도 이건 GVC(글로벌 가치사슬) 관련이라 개별 행동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초안이 공개되는 대로 대응책을 마련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유럽연합 RMA도 결국 기업의 자원개발 투자촉진을 위한 틀을 담고 있는 만큼, 우리 자원안보특별법에도 민간의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특별지원책들이 담겨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