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카카오가 없는 세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0.19 14:58
이ㅣㄴ솔

▲이진솔 산업부 기자

이번주 점심 자리 최대 화두는 카카오다. 다들 카카오가 운영하는 각종 서비스가 멈췄던 순간 느꼈던 당혹감을 얘기한다. 카카오모빌리티에서 킥보드를 대여했다가 반납하지 못해 대여료가 수십만원 청구됐다는 ‘웃픈’ 이야기도 들린다.

저마다 각자 느낀 불편을 얘기하다가도 결론은 대부분 비슷하다. 카카오는 우리 일상 대부분을 대리해줄 정도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긴 했지만 대체 불가능한 기업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카카오가 제공하는 서비스 대부분은 이미 대안이 존재한다. 메시징만 놓고 보더라도 네이버 라인이나 텔레그램, 인스타그램 다이렉드메시지(DM), 아이폰 아이메시지 등 다양한 채널이 거론됐다. 지도를 비롯해 모빌리티 등 다른 서비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사실 지난 주말 전까지만 해도 카카오라는 존재는 우리 일상에 필수불가결한 것처럼 여겨졌었다. 당장 국가기관부터 카카오톡을 활용한 인증과 알림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 행정 서비스 일부를 특정 대형 IT기업에 외주화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은 편의성 앞에 설 곳이 없었다.

카카오는 공공재 같은 속성을 활용해 덩치를 급격하게 키웠다. 크고 작은 신생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우리 생활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었다. 이렇게 성장한 카카오 국내외 계열사는 187곳에 달한다. 대기업이 그런 것까지 하나 싶은 영역까지 발을 넓혔다.

단시간에 덩치가 급격히 커진 반작용인지 카카오는 신문 지면에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오르내리는 일이 잦아졌다. 지난해 카카오페이가 상장한지 한달여 만에 주요 임원진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식을 팔아치는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들 중 일부는 사태에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났지만 현재 카카오 주가가 바닥을 치면서 투자자와 계열사 직원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다. 우리사주에 청약한 카카오뱅크 직원들만 빚더미에 올랐다는 소식이 들린다.

카카오 서비스는 약 나흘 만에 대부분 정상화됐지만 카카오가 없는 세상을 겪은 사람들의 생각은 전과 다를 것이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와 골목상권 침해라는 구설수를 보면서도 마지못해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했던 소비자들은 더 이상 없다는 것이다.

결국 모든 책임은 카카오 창립자인 김범수 의장에게 향한다. 사태가 몰락의 신호탄이 아닌 성장통으로 아물기 위해서는 비대해진 덩치에 걸맞는 책임 있는 경영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김 의장이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길 기대한다.


jinso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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