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웨이퍼 제조사 등 SiC GaN 기술 개발
5G·전기차 수요 타고 고성장 기대
▲DB하이텍 상우캠퍼스 내부 |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국내 반도체 업계가 실리콘카바이드(SiC)와 질화갈륨(GaN)을 비롯한 신소재 기반 전력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개발 경쟁에 돌입했다. 향후 5세대(5G) 이동통신 기반 신기술이 보편화되고 전기자동차를 비롯한 차량 전동화가 이뤄질 경우 높은 수요가 기대되는 분야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은 GaN과 SiC 등 차세대 전력반도체 솔루션을 통해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8인치 기반 GaN 시장을 준비하는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지난달에는 에이프로세미콘과 차세대 GaN 전력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 기술을 개발하는데 협력하기로 했다. 8인치 GaN 반도체 공정을 개발하기 위해 2024년까지 기술 개발을 마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에이프로세미콘이 제조하는 8인치 GaN 웨이퍼 등 포괄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
SK그룹도 차세대 전력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었다. SK실트론은 GaN 웨이퍼 전문 기업인 영국 IQE와 기술협력에 나섰다. 두 회사는 전력적 협력을 통해 고객사 맞춤형 GaN 웨이퍼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마케팅을 위한 아시아 시장 확대를 함께하기로 했다. 지난 2020년에는 미국 듀폰이 운영하는 SiC 사업부를 인수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가 인수한 8인치 키파운드리도 GaN 공정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와이드밴드갭(WBG) 기술개발에 필요한 인력 채용에 나섰다. GaN 소자 및 공정 개발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디스플레이구동칩(DDI)를 주력으로 삼는 국내 팹리스 LX세미콘은 지난해 말 LG이노텍으로부터 SiC 관련 유무형 자산을 인수하며 시장에 진입할 기반을 마련했다. DDI에 편중된 매출 비중을 조정하기 위한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업계가 신소재 전력반도체에 주목하는 이유는 높은 활용도에 있다. SiC는 실리콘에 탄소를 결합한 소재로 내열 성능이 대폭 개선되는 점이 특징이다. 전자이동이 빨라져 전력반도체 제조에 활용될 경우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GaN 웨이퍼는 실리콘 웨이퍼와 SiC 웨이퍼 위에 GaN 박막을 증착시키는 방법으로 제조하는데 기존 웨이퍼와 견줘 고전압 환경에서 전력 변환 효율이 개선된다. 특히 GaN을 활용한 전력반도체는 급속 충전 등 고출력 및 내열성이 필요한 전기차나 5G 장비 등을 중심으로 점차 수요가 확장하는 추세다.
현재 스위스와 독일, 일본 기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아직 시장이 형성되는 시점이라 주도권을 잡은 기업이 없다는 점도 선두 경쟁을 치열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시장조사업체 욜디벨롭먼트에 따르면 GaN 시장은 올해 2억7000만달러(약 3800억원)에서 2027년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49%에 달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신소재 기반 전력반도체는 5G와 전기차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높은 수요가 기대되기 때문에 많은 국내 업체도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생산능력을 확보하려는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jinso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