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자율차·로봇용 인공지능 초소형 압축 기술
대용량 AI 95% 경량화로 인프라·클라우드 비용 절감
김나율 대표 "기업용 솔루션 연내 출시, 상용화 목표"
▲지난 9월 30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왼쪽 4번째부터)벤 아사프 CTO, 김나율 대표, 알레산드로 마펠리 CDO 등 클리카 직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하영 기자 |
20세기 글로벌경제를 제조와 금융 중심의 ‘골리앗기업’이 이끌었다면, 21세기 경제는 혁신창업기업 스타트업(start-up) ‘다윗기업’이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로 최근 20여년 간 글로벌 경제와 시장의 변화의 주인공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스타트업이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알리바바, 틱톡은 물론 국내의 네이버, 카카오, 넥슨, 쿠팡 등도 시작은 개인창업에서 출발했다. 이들 스타트업들이 역외와 역내 경제에서 새로운 부가가치, 새로운 직종(일자리) 창출을 선도하고 있다.
한낱 목동에서 당당한 장군로 성장한 ‘스타’ 스타트업을 꿈꾸며 벤치마킹하는 국내외 창업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성공의 열매를 맛보기 위한 과정은 매우 험난하다. 스타트업(창업)은 했지만 점프업(성장)하기까지 성공보다 좌절이 더 많은 ‘정글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돌팔매질을 연마하는 ‘다윗 후예’ 스타트업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에너지경제신문 김하영 기자] 인공지능(AI)을 더욱 똑똑하게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사진·동영상·텍스트 등 데이터를 사용한 학습(딥 러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AI를 만들더라도 용량이 커서 휴대폰과 같은 소형기기에 적용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로 엣지(Edge) AI와 초소형 머신러닝(Tiny ML)을 꼽을 수 있다. 엣지디바이스나 마이크로컨트롤러 등 소형 디바이스ㆍ칩셋에 AI를 구현하기 위해 AI를 압축하고 하드웨어와 호환되는 포맷으로 변형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필요한 이유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기기들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고도화된 AI도 작은 기기 안에 함께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AI를 한 기계 안에 적용해야 하는 자율주행 자동차, 로봇 개발에도 빠져서는 안 되는 핵심기술이다. 다만,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같은 기술을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3월 창업한 ‘클리카(CLIKA)’는 세계적인 초소형 머신러닝 기술을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자동으로 컴퓨터 비전 AI 모델을 95%까지 압축하고, 하드웨어와 호환되는 모델 포맷으로 자동 변환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해 세계 최고 수준의 AI 모델 경량화 성능을 발휘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김나율 클리카 대표는 "클리카는 대용량의 인공지능을 자동으로 초소형화 시켜주는 ‘인공지능계의 알집 솔루션’"이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클리카가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사용해 어떤 포맷으로 변경할 지, 어느 정도로 줄일 지를 설정하면 간편하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클리카는 국내 대기업 2곳과 모델 경량화 PoC(개념 증명)를 진행 중이며, 올해 안에 쉽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업설치형(On-Prem) 자동 초소형 머신러닝 솔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클리카 솔루션 개요. 사진=클리카 |
클리카의 대표 기술 중 하나인 양자화 인식 재훈련 원천기술은 32비트(bit)의 모델을 다양한 기기에 적용할 수 있는 8비트와 기타용도의 4비트 이하로 각각 압축해 손실된 성능을 재훈련을 통해 복구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경량화 기술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AI 몸집을 극적으로 축소시키며 성능을 최대치로 유지시킬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기업들은 클리카의 경량화 솔루션을 적용해 초소형화 된 AI 모델을 더 저렴한 소형 디바이스에 구현함으로써 인프라 구축 비용과 클라우드 사용료를 최대 80%까지 절감할 수 있는 효과를 누린다.
클리카가 이같은 뛰어난 기술력을 갖출 수 있는 배경에는 인적 인프라의 우수성이 자리잡고 있다.
김 대표의 남편이자 클리카의 최고기술책임자(CTO) 벤 아사프는 자율주행 선두주자인 이스라엘 ‘모빌아이’에서 빅데이터·빅모델 등 제한적인 소형하드웨어 환경에서 가장 최적화된 AI개발 인프라를 연구·개발한 최고 전문가이다.
모빌아이 재직 시절 히브리대학교의 병렬컴퓨팅 연구소의 수석개발자로도 근무했고, 세계적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아 글로벌 석학·기업들과 함께 미국 하버드대학교 TinyML 스케일업을 위한 MLOps(ML옵스ㆍAI를 개발하는 전체 과정 중 코드 작업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작업) 강좌 제작에도 참여했다.
클리카의 최고디자인책임자(CDO)로 일하는 알레산드로 마펠리도 유능한 영상 디자이너 출신이다. 현재는 클리카의 UI(사용자 인터페이스)ㆍUX(사용자 경험)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영상제작 사업을 하면서 유명 명품 브랜드들과 함께 작업하기도 했다.
클리카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 9월 김기사랩·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도담벤처스·센드버드코리아 이상희 대표 등으로부터 14억원의 프리시드(아이디어 단계 창업)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김나율 대표는 클리카의 목표로 "ML옵스 분야 중 지금 진행하고 있는 초소형 머신러닝 (TinyML)을 상용화시킨 다음, 지속해 다음 기술과 연관된 ML옵스 솔루션들을 출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개발 담당자와 운영 담당자가 연계해 협력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인 데브옵스(DevOps) 분야에서 이스라엘 제이프로그(JFrog)가 인정받는 것처럼 클리카도 ML옵스 분야에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개최된 ‘세계 AI 서밋(World Summit AI)’에 참여한 클리카 부스. 사진=클리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