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효과' 없었나… 경영·노동계 간 논란만 커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0.23 11:47

올해 1-8월 산재 사망자 432명, 작년 대비 단 9명 낮아
SPC그룹 사망 사고 계기로, 법 규정 관련 논란 재점화

허영인

▲2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에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제빵공장 사망 사고 대국민 사과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이승주 기자] 올해 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작년 대비 산업재해 사망 근로자 수는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SPC그룹 제빵공장 근로자 사망 사고를 계기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지난 21일 경기 안성의 한 공사장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기 평택의 제빵공장 20대 여성 근로자 사고가 일어난 지 6일 만이다. 평택 사고는 사회 초년생 근로자가 숨진 데다 SPC의 부적절한 후속 조치까지 알려지며 큰 논란을 일었다.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하루 평균 두 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평택 사고 다음 날인 지난 16일 충남 천안에서는 크레인이 파손되면서 떨어진 자재에 맞은 근로자가 숨졌다. 지난 17일 인천 연수구에서는 지붕에서 방수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떨어져 사망했다.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무겁게 했지만 큰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경영책임자에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2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산업재해로 숨진 근로자는 432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9명 적지만 차이가 거의 없다. 일각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약효가 이미 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사업주들이 법 시행 이전에 안전보건 체계 마련에 박차를 가하면서 지난해 산재 감소로 이어졌지만, 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오히려 긴장감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근로자 1만 명당 산재 사망사고자 수를 일컫는 사망 사고 만인율은 지난해 역대 최저치인 0.43으로 떨어졌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29보다는 크게 높다. 우리나라와 산업 구조가 유사한 일본과 독일의 사망 사고 만인율은 각각 0.13, 0.15다.

정부는 우리나라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마련해 이르면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국내 산업구조는 제조·건설 위주에 원·하청 이중구조, 근로자 고령화, 외국인 근로자 증가 등으로 산업재해를 줄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치권과 노동계, 경영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19일 기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입건 사건은 56건, 압수수색은 23건이다. 노동부는 21건에 대해 조사를 마친 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남 창원의 에어컨 부속 자재 제조업체인 두성산업 대표가 지난 6월 집단 독성감염 사건으로 재판에 넘어갔다. 하지만 두성산업은 지난 13일 법원에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다. 경영계는 법의 규정이 불명확하고 대표이사가 부담하는 책임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반면 노동계는 경영자의 면책 조항을 늘리려는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노동부는 정부가 자체적으로 손볼 수 있는 시행령을 개정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한 산재 사망자 700명 대로 줄이기 위해 산업 현장 점검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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