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방사능 폭탄?...서방 “거짓 깃발 작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0.25 08:22
UKRAINE-CRISIS/RECONSTRUCTION

▲슬로비얀스크에서 러시아 공격으로 파괴된 공장 잔해를 제거하는 우크라이나 소방관. REUTERS/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러시아가 연일 우크라이나의 ‘더티밤(dirty bomb)’ 사용 가능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복수 외교관들을 인용해 오는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더티밤 계획을 비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러시아의 바실리 네벤쟈 유엔대사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안보리에 보낸 서한에서 "우크라이나 정권이 더티밤을 사용할 경우 이를 핵 테러 행위로 간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위험한 계획을 중단할 수 있도록 서방 국가들이 나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며 "사무총장과 안보리가 모든 노력을 동원, 이런 극악무도한 범죄가 일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티밤은 재래식 폭탄에 방사성 물질을 채운 방사능 무기를 가리킨다. 핵폭발과 같은 파괴적 위력은 없지만 광범위한 지역을 방사능으로 오염시킬 수 있어 금기시된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전날 미국, 영국, 프랑스, 튀르키예(터키) 등 국방장관과 잇따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우크라이나가 이를 전쟁에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방은 이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를 먼저 쓰기 위한 명분으로 삼기 위한 일종의 ‘거짓 깃발 작전’으로 의심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3개국 외교장관은 전날 공동성명에서 러시아 주장을 "명백한 허위 주장"이라며 "세계는 이 주장을 확전 명분으로 사용하려는 (러시아의) 그 어떤 시도도 간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성명을 다시 언급하며 "그런 시도가 뻔히 들여다보이며, 세계가 속지 않을 것이라는 매우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더티밤을 쓰든 핵폭탄을 쓰든 러시아에 후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이날 예정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면담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AEA는 성명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2개 핵시설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며 "수일 내로 이들 장소를 방문, 신고되지 않은 핵 관련 활동이나 물질이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미국, 영국 국방장관과 우크라이나가 자신들의 영토에서 더티밤을 사용하려고 준비 중이라는 러시아의 허위 주장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며 "나토 동맹은 이런 주장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는 이를 긴장 고조를 위한 구실로 삼아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다만 미국 측은 아직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준비하는 정황은 포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키이우에 대한 ‘더티밤’ 사용 가능성 보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다만 어떤 물리적 준비의 정황도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핵태세 변화에 대해선 "전략적 핵태세를 변경할 어떤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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