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현대차·기아 간접공정 사내하청 노동자도 직접 고용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0.27 17:41

간접 생산공장에서 일한 노동자, 파견관계 성립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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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사내 하청 노동자와 전국금속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현대·기아차 간접공정 노동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관련 기자회견에서 판결 의미를 정리하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 간접공장에서 2년 넘게 일한 사내하청 노동자도 원청이 정규직 직원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와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7일 현대·기아차 공장에서 도장, 생산관리 등 업무를 수행한 사내 하청 노동자들이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고들이 담당한 모든 공정에서 파견법상 근로자 파견관계가 성립했다"고 인정했다. 현행 파견법은 파견 노동자 고용 기간이 2년을 초과하면 사용사업주(원청)에 직접 고용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이날 대법원은 현대차 관련 4건, 기아차 관련 2건을 선고했다. 소송에 원고로 참여한 노동자는 430명이다. 대법원은 승소한 원고들이 직고용됐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임금과 실제 받은 임금의 차액 약 107억원을 사측이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3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정년이 지났거나 파견관계 판단이 더 필요한 일부 원고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 대다수의 파견관계는 인정할 수 있지만, 부품 생산업체(하청)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2차 하청업체에 소속됐던 생산관리 담당자 중 일부 노동자 등은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현대·기아차 생산공장에서 사내협력업체 소속으로 근무한 노동자들에게 파견관계가 성립하는지를 놓고 광범위한 전반적인 공정에 관해 이뤄진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날 경제단체들은 대법원 판단에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추광호 경제본부장 명의 입장으로 "대법원이 불법파견을 인정한 것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이번 판결은 제조업에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는 도급계약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산업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입장문을 통해 "사내 하청업무 대부분에 대해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한 것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만 "대법원이 현대차와 직접 계약관계가 없는 부품조달 물류업무에 대해서는 구체적 심리를 위해 파기 환송한 것은 다행"이라며 "자동차 공장내 사내 하도급이 무조건 불법파견이라는 노동계의 주장과 달리 적법 도급 여부는 업무별로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이날 논평에서 "오늘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하도급에 대해 불법파견으로 판결한 것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이번 판결로 인해 하도급 활용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우리 기업들은 생산 효율성이 떨어지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산업현장의 불확실성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독일·일본 등 주요국처럼 하도급을 폭 넓게 인정하도록 법·제도적 개선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jinso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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