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레고랜드발 PF 리스크, 수출 악화 '겹악재'
정부 대책에도 자금 경색 '여전'...CDS프리미엄 5년 만에 최고치
"단기간 불안 해소 긍정적, 연말까지 안정화 의지 피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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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금융당국이 자금 시장 경색을 풀기 위해 연일 긴박하게 시장 안정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특히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농협·우리금융)가 올해 연말까지 95조원 규모의 시장 유동성 및 계열사 자금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자금 경색 완화에 도움이 될 지 관심이 집중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자금시장은 레고랜드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사건)를 비롯해 대내외적인 이슈가 혼재돼 있는 만큼 당국이 지속적으로 시장 안정화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현재까지 내놓은 대책들이 실제 시장 안정화로 가시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5대 금융지주와 만나 금융시장 안정, 실물부문 자금공급, 취약차주 지원 등 금융지주사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최근 주요국 중앙은행이 고강도 긴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단기금융시장이 일부 시장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함에 따라 회사채 시장까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달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채안펀드)와 비우량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등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한편 시장 참가자들의 자체적인 노력과 역할도 잇따라 당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이날 5대 금융지주와 만난 것은 원활한 자금 순환을 위해서는 시장 참가자들의 노력과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특히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지주사들이 올해 3분기까지도 양호한 실적을 달성한 것은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에 따른 대출규모 확대 등에 기인한 측면이 있는 만큼 자금시장의 원활한 순환에 역할을 해달라는 게 김 위원장의 당부 사항이다. 이에 5대 금융지주는 시장 유동성 공급 확대에 73조원을, 채안펀드 및 증권시장펀드 참여 12조원, 지주 그룹 내 계열사 자금 공급에 1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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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하이투자증권) |
이처럼 정부의 거듭된 유동성 공급정책에도 불구하고 자금 경색 현상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대외신인도를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5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정부가 발행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5년물의 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31일 70bp로 전날보다 4bp 상승했다. 이는 2017년 11월 14일(70.7)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일종의 보험 성격의 금융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이 상승했다는 것은 국가 경제의 위험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사건으로 지자체의 신용보장도 신뢰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커진데다 국내 수출 경기가 악화되면서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커진 점도 국내 신용경색 리스크를 자극하고 있다. 여기에 11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차이나런(탈중국)으로 상징되는 중국 리스크도 국내 신용경색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CDS 프리미엄 급등에도 불구하고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및 유럽 재정위기 당시 수준에 비해서는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신용위기를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며 "그럼에도 국내 각종 신용경색 관련 지표들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국내 경기,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시그널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내놓은 당국의 대책들이 규모나 내용 면에서 부족하다고 보기 어렵지만, 시장 안정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의 자금시장 경색은 여러 대내외적인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만큼 당국의 단기적인 안정화 대책으로 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언제쯤 끝날지 가늠하기 어렵고, 부동산 PF 관련 자금조달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점이 투자심리에 부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궁극적으로 금리인상을 비롯한 대출 경색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것이 원활한 자금 순환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시장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당국은 최소한 올해 말까지 크레딧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안정화 의지를 비춰 시장의 경계감을 해소해줄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시장 안정 대책들이 투자자들의 단기간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는 긍정적이나, 실질적인 자금 시장 경색 완화로 이어지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현재 나온 대책들 관련 이해관계자 간에 세부 내용을 하루라도 빠르게 조율해 자금 공급 계획이 실질적으로 시장에 투입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