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잇단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연기에 긴장감 ‘최고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1.04 17:21

DB생명 콜옵션 행사일 변경..."투자자 동의 완료"



금리인상→레고랜드→콜옵션 연기 도미노 파장



자금시장여건 추가 악화...평판리스크 저하 부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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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금리인상 여파로 자금조달 시장 경색이 심화된 가운데 국내 보험사들이 잇따라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조기상환권) 행사일을 변경하면서 금융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주요국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유동성 회수에 돌입한 가운데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사건)로 자금시장 경색이 심화되면서 콜옵션 행사일 연기와 같은 특정 이벤트에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다. 금융사들은 현재와 같은 분위기에서 자금조달 계획을 변경하는 것이 자사에 대한 재무건전성 우려로 번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 한화생명, 내년 4월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일 도래..."상환 문제없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2018년 새 회계기준(IFRS17)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10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해당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조기상환일은 내년 4월이다. 당시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발행일 전 미국 국고채 금리 연 2.7%에 가산금리 연 2.0%를 가산한 연 4.7%였다. 만기는 발행일로부터 30년이나, 그간 발행사가 투자자와의 신뢰를 위해 발행일로부터 5년 뒤 조기행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대해 한화생명은 조기상환에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화생명 측은 "내년 4월 10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상환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화생명이 내년 4월 콜옵션 실시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은 급격히 얼어붙은 현재의 조달시장 분위기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흥국생명이 이달 9일로 예정된 5억 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을 실시하지 않기로 한 데 이어 DB생명 역시 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일을 내년 5월로 변경하면서 투자심리는 갈수록 위축되는 분위기다.

다만 DB생명의 신종자본증권은 2017년 11월 당시 국내에서 사모형식으로 발행됐기 때문에 투자자는 소수이고, 해외 투자자와도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콜옵션을 미실시하겠다는 금융사가 또 다시 나올 경우 금융사 전반적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거나 금리 부담이 가중되는 등 자본관리 능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017~2018년 중 일부 보험사들이 회사채 시장을 통해 22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으며, 이 중 12억 달러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내년부터 조기상환 콜옵션 행사가 예정됐다. 또한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한국계 외화채권(KP)은 249억220만 달러 규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번 흥국생명 조기상환 미행사 공시로 국내외 자금시장 내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차환 목적으로 신규 외부 자금을 조달하려고 한 회사들은 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DB생명 측은 "금융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IFRS17 도입에 따른 회사 영향 등을 설명하고, 콜옵션 행사일 변경에 대한 동의를 얻어 계약을 변경한 것이기 때문에 현재 시장에서 이야기하는 콜옵션 미실시라는 표현은 사실과 맞지 않다"고 진단했다.


◇ 금리인상 → 레고랜드 사태 → 콜옵션 미실시...투자심리 ‘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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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외화채권 발행 및 만기 추이.(자료=블룸버그, NH투자증권)


금융당국도 연일 시장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진화에 나서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험사의 콜옵션 미실시와 관련해 "(콜옵션) 관행이 깨진다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입장이 있고, 필요하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아닌 해외에서 투자자들이 어떻게 보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최근과 같이 자금조달 시장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개별 회사들이 콜옵션을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미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사건으로 지자체 보증 채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이번 보험사의 콜옵션 미실시 이슈가 시장에 또 다른 불안감을 조성했다는 평가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정상적인 시장 상황에서 콜옵션 미실시라는 이슈가 나왔다면 해프닝에 그쳤을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 KP물이 좀처럼 원활하지 않고,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졌기 때문에 이러한 이슈들이 급격한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로 인해 금융권에서는 자금조달이 시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현재와 같은 ‘소나기’는 피하는 것이 낫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만일 수요예측 상황에 따라 자금조달 계획을 철회하거나 이를 연기할 경우 자칫 회사 신용도나 평판리스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처럼 자금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는 채권발행과 같은 자금조달이 자칫 기업들의 재무안정성 저하, 유동성 악화 등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발행사 입장에서도 상당히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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