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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왼쪽부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묵념하고 있다.연합뉴스 |
사고 책임을 묻는 대상에는 전 정부 인사와 현 정부 인사로 엇갈렸고, 한 야당 의원은 질의 도중 사고 희생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문자를 보다가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을 빚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경찰대 출신 이임재 전 용산서장과 류미진 총경(참사 당시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의 뒤늦은 참사 인지, 늑장 보고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람들은 문재인 정권 퇴임 3개월 전 알박기 경찰 인사에서 요직으로 영전된 인물이라는 의혹이 있고, 경찰 하나회 총경들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이 전 서장에 "참사를 고의로 방치한 것 아닌가 싶다. 업무상 과실치사, 참사 방조, 구경꾼, 살인 방조에 세월호 선장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이임재 미스터리를 푸는 게 진상 규명의 첫 번째다. 체포해야 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채익 행안위원장 역시 "이임재 전 서장은 직무유기, 미필적 고의에 의한 과실치사, 좀 더 나아가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방조자가 아닌가"라고 가세했다.
경찰 출신 이만희 의원은 "이임재 총경의 행태 이해가 되나. 느긋하게 뒷짐 지고 있는 시점에 현장은 CPR(심폐소생술)을 수십 명이 하는 아수라장이었다"며 "용산서장 압수수색 했나. 동선 수사를 하고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반면 야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에 책임을 돌렸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장관을 향해 "이번 참사 예방, 현장 대응, 사후 대처까지 장관의 책임이 크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장관은 책임감은커녕 사태 축소하기 바빴고 회피성 발언과 국민에게 상처 주는 망언을 쏟아냈다. 파면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관직에 연연할 게 아니라 수습을 위해 빨리 사퇴하라"고 따져 물었다.
같은 당 최기상 의원도 "이상민 장관은 참사 후 책임 회피로 희생자, 유족을 분노케 했다. 장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물러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해식 의원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 "서울시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고하고 지켜야 할 책무가 시장에 있다. 재난안전관리를 책임지는 사람"이라며 "이태원 해밀턴 호텔 옆 골목은 매우 위험한 골목으로 많이 인식됐고 그날 10만명 이상 운집할 것이란 예상이 있었는데 서울시는 위험을 인지했나"라고 질타했다.
다만 소속 정당을 떠난 책임 규명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왔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경찰력을 더 투입해도 막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이 장관의 발언 논란과 관련해 "사려 깊은 발언이었다고 생각하나"라고 지적했다.
경찰 출신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이태원 핼러윈을 대하는 경찰과 자치단체, 용산과 서울시의 행태를 봤을 때는 금년도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나타났을 인재(人災)"라며 같은 당 소속인 오 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에도 ‘책임’을 추궁했다.
여야는 사고 관련 용어를 놓고도 입씨름을 벌였다.
김철민 민주당 의원은 "사망자는 단순하게 죽은 사람이 사망자이고, 희생자는 희생을 당한 사람이 희생자"라며 "이태원 참사, 세월호 참사. 무슨 약 먹고 죽었나, 자살했나, 교통사고를 당했나, 희생당한 것이다. 희생당한 분들에게 희생자라고 표현하는 게 그렇게 어렵나"라고 했다.
반면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자꾸 참사냐 사고냐 용어 문제를 삼는데 본질적 문제는 아니다"라며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SNS상에서 ‘사고’라는 용어를 사용한 사례를 소개하며 맞섰다.
이 가운데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이기도 한 문진석 의원은 행안위 전체회의 중 "사고 희생자 명단이 언론에 실렸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확인하다가 논란을 빚었다.
문 의원이 휴대전화를 통해 받은 메시지에는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이 끝났음에도 희생자 전체 명단과 사진, 프로필, 애틋한 사연들이 공개되고 있지 않다"며 "이미 언론 전체 면을 채웠어야 하는 상황인데 야당이 뭘 하고 있느냐는 따가운 질책에 답변이 궁색해진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는 민주연구원 부원장 A씨와의 개인 텔레그램방이 노출된 사진으로 알려졌다. 문 의원이 A씨가 보낸 메시지를 읽는 순간이 포착된 것이다.
이에 문 의원은 당 공보국을 통해 보낸 공지에서 "보도된 저의 핸드폰 사진은 개인 간 텔레그램이며, 저에게 보내온 메시지를 읽은 것"이라며 "해당 메시지는 개인 의견이며, 저는 텔레그램 메시지와 관련해 분명하게 거부의 뜻을 전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장제원 의원은 사진을 회의실 화면에 띄우며 "그야말로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모습 아니냐"면서 "참사 희생자를 진정으로 위하기보다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 노골적으로 보이는 한 장의 사진"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문 의원은 재차 자신이 작성한 메시지가 아니라며 "누가 죽음을 정쟁으로 끌고 가는 건지 국민들이 판단하실 것"이라고 반박했다.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