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 경색에도...현대캐피탈, 채권발행 러시 비결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1.08 16:02

여전사, 자금조달 능력이 곧 금융상품 경쟁력

현대캐피탈, 이달 5.8~5.9%대 채권 발행 성공



보수적 재무정책, 현대차그룹 전속금융사 입지

사무라이본드 등 차입 포트폴리오 다변화 주목

센트럴

▲현대캐피탈 그랜드센트럴 빌딩.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레고랜드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 등으로 자금시장 경색이 심화된 가운데 현대캐피탈이 최근 국내외 시장에서 잇따라 채권발행에 성공했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전속금융사로, 자동차금융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보유한 것이 원활한 자금조달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은 이달 4일 11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만기 2024년 2월 2일인 채권의 금리는 5.809%, 2024년 11월 4일 만기인 채권 이자율은 5.952%다. 현대캐피탈은 이달 2일 2년 만기인 1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금리 5.974%로 발행한데 이어 3일에도 만기 2년인 채권을 10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금리는 5.896%였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채권 발행으로 조달된 자금을 신차 및 중고차 리스, 기타 대출 등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최근 자금시장 경색으로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현대캐피탈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채권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여신전문금융회사는 수신기능 없어 자금조달의 대부분이 회사채 발행, 금융기관 차입 등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개별회사의 자금조달 능력이 중요하다. 즉, 캐피탈사가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해야지만 고객들에게도 지속적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현대캐피탈은 현대차그룹의 전속금융사로, 사업 모델이 탄탄한 점이 시장에서 호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조달의 100%를 자본시장에 의존하는 여신전문금융회사 특성상 경기가 급격하게 변화할 경우 사업모델 역시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현대캐피탈은 매우 보수적으로 재무정책을 적용하는 한편 자금조달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차입 포트폴리오를 국내채권, 해외채권, ABS(자산유동화증권)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지난달 말 현대캐피탈이 일본에서 200억엔(약 1930억원) 규모의 사무라이 본드(엔화표시 채권)를 성공적으로 발행한 것은 차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대한 노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캐피탈은 최근 조달금리가 급격히 오르는 상황에서도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일본 사례에 주목해 0.98~1.21%의 낮은 금리로 사무라이 본드를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2005년 국내 민간기업 중 처음으로 사무라이 본드 발행에 성공한 강점을 살려 일본 투자자들과 지속적으로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하는 등 투자자와의 소통에 주력한 것이 이러한 자금조달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투자자들의 성향은 보수적이기 때문에 일본 시장에 특별한 연줄이 없는 한 국내 기업이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특히 국내 시장의 경우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발행시장 경색이 계속되다보니 투자자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재무적 안정성을 피력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현대캐피탈의 경우 PF 대출의 부실화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자금 조달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6월 말 기준 현대캐피탈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 PF가 차지하는 비중은 3.85%, 금액으로는 1조4000억원 수준이다. 현대캐피탈 측은 "부동산 PF 가운데 상당수가 선순위 대출이고, 대부분의 사업장이 서울, 경기지역에 있다"며 "시장의 우려 대비 자사 부동산 PF에 대한 부실화 위험은 크지 않지만, 최근 상황을 고려해 신규 PF는 취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자금조달 능력은 현대·기아차 구매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타사 대비 비교적 낮은 금리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일례로 현대캐피탈의 대표적인 할부 프로그램인 ‘현대 모빌리티 할부’ 프로그램의 금리는 기간에 따라 5.9~6.1% 수준이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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