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완, 손태승...금융권, 관치금융 '구태' 재현되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1.08 18:05

새 정부 첫 금융CEO 인사...모피아-관피아 물밑작업 돌입



BNK 회장 돌연 사퇴 이어 금융위 손태승 회장 제재안 상정



"경기침체 등 복합위기, 낙하산 임명시 금융경쟁력 후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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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수년에 걸쳐 탄탄하게 다져온 지배구조 체계가 한순간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고위공직자, 공공기관장에 모피아(재무부+마피아), 관피아(관료+마피아)가 다수 임명된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이들이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 자리까지 노린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기 때문이다.

미국발 금리인상, 자금시장 경색,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대내외적인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금융사들의 리스크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가운데 모피아가 금융지주사 인선까지 장악할 경우 지배구조 투명화는 물론 국내 금융사의 경쟁력이 수년 전으로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금융지주사 CEO’ 자리 노리는 모피아-관피아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통상 연말은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요 금융회사 CEO의 인사 구도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권의 긴장감은 최고조였다. 그러나 올해 같은 경우 CEO 인선에 대한 금융사의 민감도가 한층 더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뤄지는 첫 금융 CEO 인사라는 특수성을 이용해 모피아, 관피아 등 이른바 낙하산 인사들이 금융지주사 CEO 자리를 꿰차기 위한 치열한 물밑 작업에 돌입한 영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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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완 전 BNK금융지주 회장.


금융권에서는 김지완 전 BNK금융지주 회장이 임기 5개월 앞두고 갑작스럽게 사퇴한 것이 모피아 움직임의 대표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나, 전날(7일) 공식적으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 회장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자녀가 다닌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금융감독원이 부당 내부거래 의혹 관련 조사를 본격화하자 이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사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라임사태 제재안 상정 놓고 '의구심' 증폭


여기에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사모펀드 사태 관련 CEO 제재안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9일 정례회의에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관련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제재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전날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안건소위원회를 열고 제재안을 논의한 결과 9일 정례회의에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금융위 제재심의위원회에서는 전날까지도 손 회장 제재안에 대해 의견이 나뉘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손 회장의 경우 작년 초 DLF 사태 관련 문책경고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1심, 2심에서 모두 승소했고,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정례회의가 열리는 것이 시기상 석연치 않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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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금감원은 작년 초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비롯해 라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에 연루된 금융사 CEO에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내렸고, 금융위 정례회의만 남겨둔 상태였다. 금융위는 중징계 관련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다른 CEO 제재안에 대한 결론을 보류했는데, 최근 들어 제재안 상정에 속도를 내는 것은 특정 CEO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손 회장의 경우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문책 경고의 제재안이 의결될 경우 우리금융지주 지배구조에도 불확실성이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손 회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뒀고, 그간 징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잇따라 승소해 대법원 판결만 남아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제재안을 상정하는 (금융당국의 행보는) 시기상 자연스럽지 않다"며 "모피아, 관피아가 여러 통로로 금융사 CEO의 자리를 노린다는 설이 파다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제재안을 추진하는 것은 이러한 소문에 불을 지피는 격"이라고 말했다.


◇ 경기침체 등 복합위기...모피아 장악시 금융시장 경쟁력 ‘뒷걸음’

금융권에서는 관치금융이 부활할 경우 금융업권의 경쟁력이 후퇴하는 것은 물론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으로 꼽히는 국내 상장사의 지배구조의 취약성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금융사 경영 지표에 ESG가 핵심 항목으로 부상하면서 금융지주사들은 수년간 지배구조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이 중 우리금융지주의 과점주주 체계는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체계의 선진화를 보여주는 방증으로 꼽힌다. 우리금융지주의 사외이사는 한화생명, 푸본현대생명, IMM인베스트먼트, 유진프라이빗에쿼티(PE) 등 과점주주가 추천한 인사들이다. 우리금융지주가 지주사 출범 초기임에도 실적 등 경영 지표에서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건 사외이사가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업계에서는 손 회장이 연임 성과를 위해 무리하게 증권사 인수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손 회장 역시 자신의 거취보다는 우리금융지주의 기업가치 제고 등에 전념했고, 이는 곧 이사회의 신임으로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금융지주사와 달리 우리금융지주는 2019년 재출범 이후 인수합병(M&A)을 통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등 숱한 과제가 있었다"며 "이사회가 손 회장을 신임한 것은 뚜렷한 경영실적과 검증된 리더십을 바탕으로 현재는 물론 향후 우리금융지주의 기업가치 제고를 이끌 최고의 적임자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나 최근 금리인상,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대내외적으로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사 CEO 자리에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가 선임될 경우 국내 금융시장 경쟁력은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와 같은 복합 위기에서는 회사와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리스크 관리, 경영 능력이 검증된 인물이 안정적으로 금융사를 이끄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만일 낙하산 인사가 금융지주사 CEO로 선임될 경우 리스크 관리 등에 공백이 생기면서 금융지주사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 한국 금융시장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가 CEO로 선임되는 것은 금융사뿐만 아니라 국가 신인도, 금융시장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라며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날로 고조되는 현 상황에서 관치금융이라는 구태가 반복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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