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위축, 자금시장 혼란" 우려
美 연준, 이르면 내달부터 속도 조절 언급
금통위원간 이견…이 총재 캐스팅보트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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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 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이달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나오는 가운데, 급격한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달에도 빅스텝을 단행하면 한은은 올해만 세 번째 빅스텝을 밟게 된다.
금융권에서는 경제성장 위축과 자금시장 경색 등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이라 금리 인상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또 차주들의 대출 금리 부담은 물론,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사들의 리스크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4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급격한 금리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네 번째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며 1%포인트나 벌어진 한미간 금리 격차를 좁히기 위해 한은의 빅스텝이 불가피하지만, 국내 경기상황 등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은이 이달에도 빅스텝을 단행하면 지난 7월과 10월에 이어 올해만 세 번째 빅스텝을 밟는 것이다. 두 차례 연속 빅스텝을 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빅스텝을 밟은 지난달 금통위에서도 금통위원들간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과 빅스텝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10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일부 금통위원들은 과도한 금리인상이 국내 경기성장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금리 인상만으로 환율 대응을 하는 것은 국내 경기의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고, 금리 인상의 근거인 물가 상승세는 완화될 것으로 예상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특히 지난달 금통위 후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이 악화됐고 흥국생명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조기상환권(콜옵션) 입장 번복 등으로 시장 혼란이 가중된 만큼 이번 금통위에서 지금의 자금시장 상황을 10월보다 더 감안한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10월 금통위 때는 레고랜드발 크레딧 유동성 경색 초반이라 언급이 많지 않았지만, 이달 금통위에서는 이 부분도 고려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단 그는 "아직까지 다수의 금통위원들은 물가 상방 압력을 더 높게 보고 있다"며 "KB증권은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열어놓지만, 여전히 기본 시나리오는 0.5%포인트 인상이라고 판단한다"고 부연했다.
미 연준이 속도 조절을 언급한 만큼 한은도 서두를 필요가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달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한 후 최종금리 수준은 더 높아지고 오래 유지할 수 있다면서도 이르면 12월에 금리인상 속도를 줄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통화정책 속도 조절 기대로 한은도 빅스텝보다는 베이비스텝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국내 크레딧 시장발 금융시장 불안도 베이비스텝을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단 미 연준의 속도 조절이 금리 인상 중단을 뜻하는 것이 아닌 것과 같이 한은도 마찬가지"라며 "한은의 최종 금리 수준은 3.75%일 것이란 전망을 유지하며, 베이비스텝으로 추가적으로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금융사들의 리스크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빅스텝으로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은 12조2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또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신용부도스와프(CDS)프리미엄 평균은 75bp(1bp=0.01%포인트)로 지난해 말(22bp) 대비 3배 넘게 늘어나, 주요 금융지주 부도 위험이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 차주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된 결과란 분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한미간 금리격차를 고려하면 한은이 빅스텝을 밟아야겠지만 국내 경기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금통위원들 간에도 이견이 있는 만큼 3대3으로 의견이 나뉘어 이 총재가 캐스팅보트를 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