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라임사태' 손 회장 문책경고 중징계 의결
내년 3월 임기 만료...낙하산 인사들 물밑작업 무게
CEO 인사 외풍 차단, 'DLF 승소' 우리금융 소송전 돌입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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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사모펀드 사태 관련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은 것을 두고 벌써부터 관치금융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손 회장이 라임 사태와 결이 비슷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행정소송 1심, 2심에서 모두 승소한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또 다시 중징계를 내린 것은 우리금융지주 CEO를 노리는 외부 인사들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물이라는 해석이다.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 중징계 의결 직후 우리금융지주 CEO 후보군으로 여러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는 9일 정례회의를 열고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부당권유 등)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발견된 위법사항에 대해 손 회장에 문책경고 상당의 조치를 의결했다. 우리은행에는 사모펀드 신규판매를 3개월간 정지했다.
이러한 결과는 작년 4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금감원 제재심은 라임사태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내렸다. 문책경고는 3년간 금융권 신규 취업이 제한되는 징계다. 손 회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이번 문책경고 제재는 우리금융지주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다.
업계 안팎에서는 손 회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뒀고, 이미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가운데 금융위 정례회의가 열린 배경을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는 중징계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손 회장을 비롯한 금융사 CEO 제재안에 대한 결론을 보류했다. 이 가운데 손 회장은 작년 초 DLF 사태 관련 문책경고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1심, 2심 모두 승소했다.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았고, 금감원 제재심이 열린 지 1년 6개월이 지난 현 상황에서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의결했다.
이는 이번 제재안이 우리금융 CEO 자리를 노리는 모피아(재무부+마피아), 관피아(관료+마피아) 등 낙하산 인사들이 치열하게 물밑 작업을 벌인 결과물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더하는 요인이다. 손 회장이 안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며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로부터 신임을 받는 것이 우리금융 CEO 자리를 꿰차려는 현 정권의 핵심 인사들 입장에서는 눈엣가시로 작용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손 회장의 중징계가 의결되는 것을 전후로 모피아, 관피아 인물들이 우리금융 차기 CEO 후보군으로 실제 거론되는 것은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우리금융 노조는 전날 성명서에서 "그동안 수많은 기업들에 자금줄 역할을 해온 우리금융그룹 또한 책임이 요구되는 엄중한 시기임에도 ‘펀드사태 제재’를 악용한 친정권의 유력 인사들이 차기 우리금융 회장을 노리는 등 우리금융 흔들기를 통해 CEO 리스크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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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
이 과정에서 손 회장이 이미 DLF 사태 관련 문책경고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1심, 2심 모두 승소한 점은 이사회의 고민을 덜 수 있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우리금융 이사회 입장에서는 지배구조의 안정화를 꾀하고, CEO 인선을 둘러싼 정치적 외풍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DLF 사태의 절차를 밟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손 회장 입장에서도 다시 한 번 법적인 판단을 받을 만한 여지가 있다. 실제 손 회장은 DLF 사태 당시 징계에 대한 불복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해 효력정지를 받아 연임에 성공했다. 만일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금융 CEO 자리에 모피아 등 낙하산 인사들이 꿰찰 경우 우리금융 지배구조는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이뤄진 첫 금융사 CEO 제재라서 이사회가 어떠한 판단을 내릴 지 섣부르게 예단할 수 없다"며 "그러나 우리금융 이사회가 지배구조 관련 투명성을 자랑하고 있는 만큼 외부 압박에 의한 회장 교체 시도, 중징계가 이뤄진 배경 등을 두루 살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