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3위 마이크론의 반란, 삼성·SK 앞서 5세대 D램 준비
높이 쌓기 경쟁 불붙은 낸드 시장...선두 삼성 ‘초격차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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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개발한 현존 세계 최고층 238단 512Gb TLC 4D 낸드플래시 |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업체 간 ‘세계 최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차세대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선두 삼성전자보다 후발주자로 분류되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치고 올라오는 모양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D램 시장 점유율 3위인 마이크론은 차세대 D램 기술인 ‘10나노급 5세대(1b) D램’ 양산 준비를 마쳤다. 최근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에 해당 공정을 적용한 모바일용 저전력 D램 ‘LPDDR5X’ 시제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제품은 10나노미터(㎚)대 공정에서 생산되는 차세대 D램이다. 이전 제품과 비교해 전력 효율이 15% 개선됐고 면적당 저장된 비트수는 35% 향상됐다. 10나노는 반도체 생산에 활용된 공정으로 새길 수 있는 회로 선폭을 의미한다. 선폭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미세공정을 활용하면 성능은 높지만 전력 소모는 적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업계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제품 성능을 나타내는 척도처럼 활용하며 마케팅에 힘써 왔다. 메모리반도체 업계도 구체적인 선폭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세대 구분을 통해 10나노 후반 수준인지 중반 수준인지 추정할 수 있었다. 선두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주요 업체가 최초 경쟁에 돌입하게 된 배경이다.
업계는 만년 3위로 여겨진 마이크론이 기술 도입 시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앞서는 양상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D램 공정이 10나노에 접어든 뒤에도 3세대까지 세계 최초 기록을 세웠다가 지난해 1월 마이크론이 4세대(1a) 양산에 성공하며 타이틀을 뺏겼다. 현재 5세대 D램 양산 시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내년 상반기로 예정됐다.
마이크론의 기술력 도발은 낸드플래시에서 시작됐다. 2020년 마이크론이 업계 최초로 176단 낸드 생산 소식을 발표하면서다. 이어 지난 7월에도 232단 낸드 양산을 시작했다. 이에 질세라 SK하이닉스도 내년 초 238단 낸드 양산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초고층 낸드 경쟁이 격화되는 양상이 지난 2년간 후발주자 중심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도 업계 최고층 236단 낸드 양산을 시작했다고 최근 밝히며 참전했지만 공식적으로 단수를 공개하지 않으며 후발주자간 경쟁과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를 취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적층 수가 아니라 적용된 공정 기술력과 원가경쟁력 면에서 경쟁사보다 우위에 있다는 자신감 표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마이크론을 시작으로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벌어지는 세계 최초 경쟁이 기술력의 척도가 될 수는 없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2010년 중반 2년 이상 벌어졌던 기술 격차가 최근 1년 수준으로 좁혀진 것은 사실이지만 원가경쟁력과 생산능력 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익을 얻어내는가는 다른 문제"라며 "반도체는 첨단 기술력만큼 납기일도 중요해 생산 능력을 검증받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inso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