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가다-下] 베트남 속 커지는 존재감…일상 곳곳에서 한국 찾는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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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국립대학 소속 외국어대에서 한국어 수업이 진행 중이다. 학교 측에 따르면 한국어학과에서는 250명을 모집해 8개 반으로 나눠 운영한다. 대다수 졸업생은 한국 기업에 들어가거나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하며 일부는 한국으로 유학 간다(사진=박성준 기자).

[하노이·호찌민(베트남)=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는 수교 30년간 교역량과 교류 면에서 급성장했다. 그동안 베트남에서 한국의 중요성과 위상도 커져갔다. 그러다 보니 한국이 베트남인들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10월 30일∼11월 7일(현지시간) 기자가 직접 찾은 베트남에선 한국이란 국가 브랜드가 일상에 잘 스며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이 다양한 면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하기 위해 대학에서 한국어학을 전공하거나 교육 기관에서 한국어 공부에 열중하는 현지인이 많다. 한국과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베트남 CGV에서 한국 영화를 즐기거나 롯데마트에서 장을 보기도 한다.

기업들은 프리미엄 브랜딩에 힘 쓰며 베트남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베트남 국영방송 VTV의 한 채널에서는 한국산 건강기능식품을 단독으로 선보이는 H사의 방송이 흘러나온다. 홈쇼핑 방송에 현지인들이 등장해 복용 후기를 전하는데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송과 다를 게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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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현지시간) 베트남 국영 방송 VTV에서 한국산 건강기능식품을 단독으로 선보이는 H사의 홈쇼핑 방송이 진행 중이다. 진행 방식과 현지인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모습 등이 한국과 유사하다(사진=박성준 기자).

흥미로운 부분은 한국산 브랜드가 베트남인들 입장에선 비싼 편에 속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들은 지출을 주저하지 않는다.

베트남 CGV의 경우 성인 기준 주말 영화 티켓 가격이 인당 13만동(약 7100원)이다. 한국 CGV 티켓 가격과 비교하면 저렴해보일 수 있겠지만 베트남인들의 소득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채민수 베트남 CGV 운영총책임자(COO)에 따르면 베트남 CGV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 시급이 우리 돈으로 치면 1000원 정도다.

채 COO는 "현지 영화관 티켓 가격이 2500~3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비싼 편"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시설·서비스·IMAX 등 특별관처럼 고급화 전략을 펼쳐왔고 젊은층은 젊은층대로 재력을 과시하기 위해 주로 찾는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방문한 베트남 CGV는 외관이나 시설에서 국내의 것들과 다를 바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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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지난 4일(현지시간) 방문한 베트남 CGV의 모습. 매표소나 시설 모습은 한국의 CGV들과 다를 게 하나도 없었다. 베트남 CGV 역시 스타리움, IMAX 등 특별관을 운영하고 있어 고급화 브랜딩에 힘쓰고 있다(사진=박성준 기자).

베트남에서 한국어 통역사로 일하는 현지인 A씨 역시 신입사원 초봉이 평균 월 700만동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베트남인들의 경우 웰빙, 식품,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에 관한 한 비싸도 돈을 쓴다"며 "TV나 냉장고 모두 삼성 제품을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베트남에서 한국의 위상이 커진 것은 ‘K브랜드’에 대한 베트남인들의 평가가 높아진 덕이다. A씨는 "베트남인들 사이에서 중국 제품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며 "전자제품은 한국과 일본 것이 좋지만 지난 10년 동안 한국산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 스마트폰 가격이 2000만~4000만동이지만 한국 제품 사용에 자부심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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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현지시간) 롯데센터 하노이 지하에 위치한 롯데마트 입구. 시간이 밤 9시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계산대 앞은 물론 마트 내부도 현지인들로 아직 북적대고 있다(사진=박성준 기자).

한국이 존재감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교역 등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한국어와 한국 문화가 확산하면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 및 신뢰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세종학당재단은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세종학당재단은 현재 세계 84개국에서 244개 세종학당과 온라인 세종학당까지 운영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알리고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호감을 갖도록 유도해 국가 브랜드 제고에도 기여하는 것이다. 국가 브랜드가 중요한 것은 한 나라의 기업 제품과 서비스 가치에 대한 평가가 이를 통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세계에서 세종학당이 상대적으로 많은 나라 가운데 하나가 베트남이라는 점이다. 현재 베트남에서는 23개의 세종학당이 운영되고 있다. 이는 세계의 10% 정도로 2011년 3개 이후 10년 사이 7배 증가한 규모다. 이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베트남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특히 한국어에 대한 베트남인들의 수요는 막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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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현지시간) 베트남거점세종학당에서 현지인들이 한국 문화 체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베트남은 세계에서 세종학당이 비교적 많은 국가 가운데 하나다 (사진=박성준 기자).

실제로 베트남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하노이 국립대학 산하 외국어대, 인문사회과학대(인사대) 등 총 35개 대학에서 4년제 한국어학과를 운영 중이다. 베트남은 지난해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채택하기도 했다. 베트남에서 제1외국어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선택과목으로 가르치는 외국어를 뜻한다.

특히 올해 하노이 인사대 입학에 필요한 성적이 가장 높았던 학과는 한국어학과로 알려졌다. 하노이 외국어대학에서도 한국어학과 입학 점수가 영어 다음으로 높다.

쩐 티 흐엉 외국어대 한국어 및 한국문화학부 학부장은 "최근 5~6년 동안 우리 학교 한국어 학부는 물론 다른 학교에서도 한국어 전공 학생들의 입학 점수가 항상 상위에 속한다"며 "그 정도로 한국어학과의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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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현지인이 세종학당에서 사용하는 한국어 교재(사진=박성준 기자).

한국어 통역사 A씨도 최근 한국어 어학원을 새로 오픈했다고 귀띔했다. 학비는 12주 과정에 300만동이다. 현재 수강생은 30명 정도. 하지만 홍보하면 더 늘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처럼 한국어 공부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은 한국으로 유학 가거나 한국 기업 근무 또는 취업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국어학과 3~4학년만 돼도 한국과 관련된 일자리로 연계되곤 한다.

게다가 한국어를 배운 베트남인들의 급여가 많이 오른다. 이에 직장인들도 더 좋은 환경으로 이직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운다. 베트남 한국문화원에 자리잡은 세종학당 수강생들 모두 직장인이다. 한국어가 베트남인들의 미래와 향후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규림 베트남거점세종학당 소장은 "베트남어를 하면 월급이 1배, 영어를 하면 월급이 2배, 한국어를 하면 월급이 3배라는 말도 있다"며 "마냥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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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 ‘KPF 디플로마 베트남 전문가’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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