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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대구 수성구 대구여자고등학교에 마련된 수능 응원 나무에서 재학생들이 고3 수험생들의 수능 대박을 바라며 응원 메시지를 붙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블룸버그통신은 "경제적 성공의 핵심 동력으로 꼽힌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노동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청소년들의 정신건강까지 악화시키는 등 다양한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사교육 영향으로 한국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은 대학 졸업자를 배출한 국가가 됐다. OECD에 따르면 2020년 25∼34세 청년층 중 제3차 교육을 이수한 비중은 한국이 70%로 가장 높았다. 이어 캐나다(64%), 일본(61%), 아일랜드(58%) 순이었다. OECD 평균은 45%로 집계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13년 부통령 시절 연세대학교를 방문해 한국의 교육에 대해 극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이 세계에서 요구되는 능력들을 희생시킬 정도로 화려한 대학에만 집착한다고 블룸버그는 강조했다. 특히 세계 최고의 대학을 졸업한 한국 학생들이 근로 현장에 투입되는 순간 이들의 인지능력은 OECD 회원국 대졸자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한국은 OECD 회원국 중에서 교육 지출 대비 생산성이 가장 낮은 국가로 꼽혔다. 아일랜드와 비교했을 때 한국 청소년들에 들어간 사교육 비용은 40% 높지만 직원당 국내총생산(GDP)은 60% 더 낮다.
아일랜드의 교육 비용 대비 생산성은 22.8%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고 멕시코(16.2%), 리투아니아(13.2%) 등이 순위를 이었다. 하위권 국가들을 살펴보면 한국(6.5%)이 가장 낮았고 호주(7.5%), 일본(7.8%), 영국(8.4%) 등이 뒤따랐다. 프랑스와 미국은 10.6%로 공동 5위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한국에서 교육 지출의 대부분이 학업 성과를 보장해주는 ‘hagwon’(학원)으로 향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지난 3월 진행한 ‘2021년 사교육비 조사결과’ 브리핑 현장에서 지난해 사교육비 규모가 23조 4000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최고치로, 2009년(21조 6000억원)보다 2조원 가량 더 높다.
교육부는 또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최대치는 금년도"라며 "전체 학생 1인당 사교육비 36만 7000원, 그리고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41만 9000원"이라고 부연했다.
블룸버그는 또 무소속 민형배 의원을 인용, "이르면 유치원부터 사교육이 시작된다"며 "영어 유치원 학비가 1년에 2만 5000달러(약 3282만 5000원) 수준인데 이는 4년제 대학 평균 등록금보다도 5배 높다"고 지적했다.
사교육 부작용 탓에 한국은 선진국 중에서 근로시장의 요구와 대학교 졸업생들의 능력 간 격차가 가장 심한 국가로 꼽혔다. 게다가 졸업생 절반은 직장에서 맡은 역할이 전공과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OECD 회원국 중 제3차 교육에서 학생들이 택한 과목과 고용 간 상관관계가 사실상 제로(0)인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학생들의 커리어가 대학 전공과 연관성이 없는 현상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일어나는 일이지만 한국에선 유독 심하다는 것이다.
향후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교육보단 명문대 진학, 대기업이나 정부 취업 등에 대한 집요한 집착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됐다.
OECD는 이런 현상을 두고 한국 사회가 ‘황금 티켓 신드롬’이 만연해 있다고 지난 9월 ‘2022년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지적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청년층의 고용률 하락, 결혼과 출산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블룸버그는 또 "대학 입시 스트레스가 청소년 자살의 최대 원인"이라며 "이는 또 학생들이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반가운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성공의 덫에 걸려 있다"며 "한국의 교육제도는 국가를 지금 수준으로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경제적 미래를 방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