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 새는 전기] 에너지 위기는 먼 나라 얘기?…한강변 조명 ‘휘황찬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1.15 16:21

(상) 위기의식 없는 공공기관…10년간 건물 에너지 사용량 49%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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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들섬 인근 한강 다리에 야간 조명이 켜져 있다. 사진= 이원희 기자

국내 에너지 과소비와 비효율이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에너지 과소비와 비효율을 줄이는 것은 경제 사회 전반의 경쟁력 강화이자 탄소중립 등 기후변화 대응 노력으로 꼽힌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방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에 에너지경제신문은 기획시리즈를 마련, 상·중·하 등 세 차례에 걸쳐 국내 에너지 과소비 및 비효율의 실태와 문제점, 그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 위기 의식 없는 공공

<중> 값싼 에너지 후유증

<하> 저비용·고효율 방안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에너지 과소비가 지나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은 국민의 혈세를 관리하고 운용하는 곳으로 가장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강 다리 조명과 공원 분수 등의 운영이 공공기관 에너지 과소비의 대표 사례로 꼽혔다. 유럽은 에너지 위기 속에 ‘짠내’ 나는 에너지절약 운동에 나서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뤘다. 이에 우리 정부도 올해 겨울 공공기관의 에너지 소비량을 평균 대비 10% 줄이겠다고 나섰다.

15일 한국에너지공단의 ‘2021년도 에너지사용량 통계’에 따르면 공공기관 건물부문의 에너지사용량은 지난 2012년 11만1000toe(석유환산톤·1toe는 원유 1t의 열량)에서 지난해 16만6000toe로 49%(5만5000toe) 늘었다. 전체 건물부문 에너지사용량이 같은 기간동안 31% 늘어난 것과 비교할 때 에너지사용량 증가 속도가 18%포인트 더 가팔랐다. 공공기관의 에너지 사용량이 전체 증가량보다 더 많았던 것이다.

그동안 공공기관에 설치된 경관 조명들이 에너지 낭비의 상징으로 지적됐다. 한강다리와 주요 관광지, 분수대의 조명을 계속 켜두면서 그동안 에너지를 거리낌 없이 사용해왔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한강다리는 밤마다 형형색색으로 휘황찬란했고 공원 분수대는 비 오는 날에도 돌아갔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서 솔선수범해야 할 공공기관조차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주요 선진국 공공기관들은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여러 정책을 이미 펼쳐왔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국 에너지정책 동향에 따르면 독일은 공공시설 온수 제공과 건물 출입구·복도·로비에 난방을 금지했다. 미관을 목적으로 한 조명은 모두 소등한다.

프랑스는 새벽 1시부터 6시까지 심야시간에 전광판을 소등하도록 했다. 이탈리아는 공공건물 난방온도를 21도로 스페인은 18도로 제한했다.

실제 조명이 얼마나 전력을 낭비하는지보다는 조명을 꺼두면서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는 국민에게 신호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됐다. 국내에서도 미관을 목적으로 한 조명으로 에너지 낭비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에너지효율 관리에 직접 나서고 있는 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최근 한강다리와 광화문과 같은 주요 관광지에서 야간 조명을 소등하는지 점검한 바 있다"며 "공공기관이 에너지 사용에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어 관리 감독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에너지 다이어트 10으로 공공기관 에너지를 감축하기로 했다"며 "공공기관에서 에너지 절약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계속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겨울철 공공기관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다이어트 10’ 을 이번 달부터 실시하고 있다. 에너지다이어트 10은 공공기관 올해 겨울철 에너지 소비량을 평균 대비 10% 이상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주요 내용은 △건물 난방온도 17도로 제한 △겨울철 전력피크 시간대 난방기 순차운휴 △근무시간 중 개인난방기 사용금지 △기념탑과 분수대, 교량 등 공공기관에 설치된 경관조명 소등 △전력피크 시간대 실내조명 소등 등이 있다.

그 결과 한강다리에 있는 조명은 밤 11시가 넘으면 소등을 하게 됐다.

에너지공단은 기본적으로 국가 에너지효율화에 초점을 맞춰 설립됐다. 이후 에너지공단 산하에 신재생에너지 센터가 설립되면서 신재생에너지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도 나섰다.

에너지공단은 그 조직 자체가 기본적으로 에너지효율화에 초점을 맞춰 출범했는데 최근 신재생에너지사업 보급에 급급하다 보니 효율화에 다소 미흡했다고 지적됐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동안 에너지공단의 담당 산업부 부서는 재생에너지정책과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로 바뀌면서 지난 8월 에너지공단의 담당 산업부 부서는 재생에너지정책과에서 에너지효율과로 변경됐다.

에너지공단이 에너지효율에 더 집중하게 된 배경이다.

전문가들도 국민들에게 에너지를 아껴야 하는 신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12월 말이 크리스마스인 데 두 달 전인 11월 초부터 길거리와 서울시 공영주차장에 크리스마스 트리 전구의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한강다리와 청계천도 마찬가지다"며 "세계 에너지 상황이 불확실한 만큼 시민들에게 에너지 수급에 위기가 있다는 상황을 알리기 위한 시그널을 줘야 한다. 한강변 다리와 크리스마스 트리를 마음껏 켜둘 수 없다고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인 C2S컨설팅 최승신 대표는 "에너지 위기 속에서 지금 공공기관에서 에너지효율을 하는 건 필요하다"며 "하지만 전체 국민들의 에너지 전략 운동으로 확산되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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