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니 성장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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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니 성장산업부 기자. |
그러나, 전 지구적 금융패권주의를 일컫는 ‘세계화’와 최첨단 IT기술 발달에 따른 초격차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는 21세기에서 이런 말들은 구시대적, 몰가치적 언어 유물로 전락해 버렸다.
가장 비근한 대표사례로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가 인수 직후 대규모 감원에 나선 SNS플랫폼 ‘트위터’, 전 직원 일방적 해고통보로 논란을 일으켰던 유제품기업 ‘푸르밀’을 꼽을 수 있겠다.
실제로 머스크는 지난달 약 60조원을 들여 트위터를 품에 안은 뒤 일주일여 만에 ‘대량 해고’의 칼날을 휘둘렀다. 트위터 한국법인에도 불똥이 튀어 이달 초 임직원 30여명의 절반 가량이 ‘You are fired’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자직군은 물론 홍보(PR) 조직은 통째로 사라졌다고 한다. 머스크는 트위터로 "회사가 하루 400만달러(약 54억원)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해명했다가, 돌연 일부 직원에는 "실수였다"며 복귀를 요청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국내기업 푸르밀도 지난달 17일 오너가의 사업종료 선언과 함께 전 직원 정리해고를 일방통보해 트위터와 닮은꼴을 연출했다. 회사 직원뿐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 대리점주, 화물 운송 기사, 낙농가 모두 하루아침에 직장과 납품처를 잃게 된 처지에 놓이며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푸르밀의 행태에 일각에선 ‘꼼수 폐업’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사업종료가 아닌 법인청산을 밟을 경우 영업손실에 따른 법인세 면제 혜택을 반납해야 하기에 오너가가 이를 피하려 일방적 폐업 발표를 했다는 주장이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푸르밀은 ‘직원 30%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사업종료 방침을 철회했다. 정리해고 날벼락은 면했지만 사실상 직원들이 오너 대신에 회사회생의 책임을 떠안은 꼴이 됐다.
트위터 사정은 차치하더라도 푸르밀은 경영 파탄의 고비를 넘겼지만 앞을 가로막고 있는 난제들이 많아 앞길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규제를 뚫고 기업 성장을 이끄는 혁신경영은 찬사를 받아 마땅하지만 적자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행태는 지탄의 대상이다. 21세기에 평생직장은 언감생심으로, 가족 대접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동고동락해 온 동반자로 인식해 주는 기업풍토가 조성되길 바래본다.
inaho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