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가상자산 회의감 키운 FTX 사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1.21 13:12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디지털금융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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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디지털금융 주임교수


하루 거래량이 11조에 달해 세계 3위를 넘보던 가상자산 중개소 FTX가 지난 11일 미국 델라웨어 주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이 회사의 샘 뱅크만 프리드 최고경영자(CEO)는 이제 갓 서른이 된 청년으로서 불과 며칠전까지만 해도 20조가 넘는 자산을 보유한 최연소 억만장자로 포보스에 소개되기도 했지만,이 사태를 계기로 그의 잔고 또한 텅 비게 되었다.

이 회사의 파산은 마치 지난 5월의 루나 사태를 연상시킬 만큼 매우 급작스럽게 그리고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FTX중개소는 자체 발행한 코인 FTT를 유통시키고 있었는데 FTT는 한때 60달러 가까이 거래되기도 했다. 지난 9일 FTT의 최고가는 19.33달러에 육박했는데, 갑자기 하락하기 시작하여 그날 하루만에 84% 폭락한 3.14달러까지 떨어졌다. 폭락은 루나사태 때처럼 서로 경쟁적으로 투매하는 뱅크런이 원인이었고, 그 시작은 며칠전 바이낸스의 CEO 자오창펑이 자신이 소유한 FTT 5억 달러를 시장에 투매한 것이었다. FTX의 추정 부채는 무려 66조원에 이른다.

FTX는 소프트 뱅크의 비전펀드가 1억 달러, 즉 한화로 약 13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 밖에도 캐나다 온타리오의 교사 연금도 990억원 가까운 돈을 투자했다.약 2800억원을 투자한 헤지펀드 세쿼이아 캐피털은 이미 전액을 대손처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FTX에는 삼성 계열 투자사인 삼성넥스트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이들의 총 손실이 얼마나 될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이번 사태로 인해 가상자산 시장에는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는데, 무엇보다도 유사한 형태로 영업하던 중개소들이 몇 개 더 연쇄 도산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 와중에 10위권 정도의 중개소인 크립토닷컴에서 무려 32만개의 이더리움이 정체 불명의 지갑으로 이체된 사실이 알려졌다. 이는 크립토닷컴 보유 이더리움의 80%에 육박하는 수량인데, 중개소는 명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실수로 이체되었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이는 보통 중개소들이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할 때 서로 자금을 빌려주며 돌려막기 한다는 의혹이 있었는데, 이를 강하게 반증해 주는 것으로 시장에서는 읽었다.

돌려막기는 심각한 문제인데, 돌려막기에 사용된 자금은 중개소 자신의 자산이 아니라 다름아닌 고객이 예치한 자산을 빼돌린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크립토닷컴이 자체발행한 크로노스라는 코인은 1주일간 시세가 40%나 폭락했으며, 파산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FTX가 설립초기에 많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트론이라는 업체도 위기설이 솔솔 흐르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발행과 유통 그리고 고객 자산의 수탁과 보관까지 모두 중개소가 맡아 하는 금융권에서는 있을 수 없는 기능 집중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예컨대 한국 주식거래소는 고객의 주식 거래만 중개할 뿐, 실제 명의개서와 보관은 예탁결제원에서 하도록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 한국주식거래소가 고객 주식에 손을 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코인 중개소가 고객들 코인에 손을 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치는 하나도 없는 셈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가상자산 시장 자체가 더욱 위축될 것은 불을 보듯뻔하다. 특히 월가의 여러 기관들은 이미 루나 사태를 겪으면서 포트폴리오에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며, 결코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낀 바 있다.

이번사태로 인해 이제 더 많은 기관들이 포트폴리오에서 가상자산을 제외하기 시작할 것이고, 그 결과 가상자산에 공급되는 유동성은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다. 이 시장은 예측 불가능하고 불투명한 투자 외적인 요소가 너무 많다. 돈이 오가는 시장에서 한번 무너진 신뢰를 단기간에 회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각국에서는 또 다시 가상자산에 대한 추가적인 규제와 투자자보호를 위한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말들이 나오겠지만, 그 전에 깊게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도대체 이 시장이 왜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다. FTX 사태는 가상자산은 사회적 이익이 전혀 없이 오로지 투기라는 사익만 존재하는 시장이라는 회의감을 투자자들에게 다시 한번 깊게 각인시켰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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