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유라 금융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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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0월 23일 변동성이 커진 회사채 시장과 단기 금융시장의 유동성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50조원+α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발표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정부는 대책을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업권별 간담회 및 금융시장 현황 점검 회의를 열고 정책지원프로그램의 집행 상황과 금융시장 주요 리스크 요인 등을 계속해서 점검했다.
특히 종합금융투자사업자 9곳이 참여한 1조8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프로그램이 24일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중소형 증권사의 유동성 우려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이달 5대 금융지주가 73조원 규모의 시장 유동성 공급 확대를 포함해 총 95조원 규모의 자금 시장 안정 방안을 내놓은 것도 시장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금융지주사가 내놓은 시장 안정 방안은 단순히 규모를 넘어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엄중한 인식과 함께 자금시장 경색 완화라는 당국의 대원칙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금융지주사의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 금융시장에 불안요인은 남아있다. 기업들의 단기자금 조달 수단인 기업어음(CP) 금리가 무려 45일 연속 연중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25일 기준 CP 91일물 금리는 전일 대비 0.02%포인트(p) 오른 연 5.5%를 기록했다. CP 금리는 9월 22일 연 3.15%에서 이달 25일 연 5.5%로 2%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현 CP 금리는 2009년 1월 12일(연 5.66%) 이후 약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와 별개로 시중은행들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당국은 앞서 은행채와 한전채가 시중 유동성을 대거 흡수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은행권에 은행채 발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이러한 당국의 지침으로 은행권은 예금 금리 인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당국이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이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예금금리 인상마저 자제하라고 발언하면서 은행권의 고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은행의 자금조달 수단은 예금 수신, 은행채 발행 두 가지인데 이미 은행채 발행이 막힌 상황에서 수신금리 인상마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 경색 우려가 고조됐던 10월과 비교하면 지금 시장은 상당 부분 진정세를 찾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급한 불을 끄는 데는 일단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는 아직도 과제가 산적해 있다. 앞서 언급한 금융시장 불안 요인과 함께 연말 기관투자자들이 북클로징(회계 연도 장부 결산)에 들어가면서 회사채 시장 위축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자금시장에 대한 우려를 더하고 있다. 당국은 더욱 더 시장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적시에 시장 안정 대책들을 내놔야 한다.